참깨 바로 옆 잡초를 뽑다가 참깨도 흔들
21대 국회의원 집안·주위 단속 철저해야

지인이 참깨 농사를 짓는다. 하루는 나에게 퀴즈를 냈다. '참깨밭에서 가장 뽑기 어려운 풀은 뭐냐'라고. 아는 풀 이름을 총동원했지만 정답이 아니란다. 정답은 '참깨 바로 옆에서 자라는 풀'이라고 했다.

그가 설명하길, 올해는 예정보다 빨리 밭을 장만해두는 바람에 잡초가 빨리 자라면서 참깨밭이 '참깨 반 잡초 반'이 됐다. 이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풀을 뽑아 내느라고 힘든데, 특히 참깨와 바로 붙어 있는 풀(그의 말에 의하면 참깨와 뿌리를 같은 곳에 내린 풀)은 뽑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풀을 뽑다가 참깨 뿌리까지 흔들려 비실거리고, 어떤 때는 풀과 어린 참깨가 함께 뽑히기도 한다는 것이다.

참깨가 그럴진대 우리 인간사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예로부터 '십상시'와 '베갯머리송사'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십상시(十常侍)는 중국 후한 말 영제 때에 정권을 잡은 열 명의 중상시(中常侍·환관)를 이르는 말인데, 이들은 황제가 정치에 관심을 두지 못하도록 주색에 빠지게 하고 정권을 농단해 결국 나라가 망하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베갯머리송사는 부부가 함께 자는 잠자리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바라는 바를 속살거리며 청하는 일을 뜻하는데 역시 좋지 못한 일로 귀결되곤 한다.

역대 대통령도 아들 형님 친인척 등의 비리로 사과를 하거나 쫓겨나기까지 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한보사태에 아들 현철 씨가 연루되면서 대국민사과를 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세 아들 비리와 옷 비리에 연루돼 역시 대국민사과를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친형과 측근의 비리로 국민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이라는 비선 때문에 자리에서 쫓겨나고 구속까지 됐으니 끝판왕쯤 된다. 모두 우리 편 또는 우리와 뿌리를 같이하면서 과감하게 내치지 못하고 대사(大事)를 망친 경우였다.

문재인 정권에서의 조국과 윤미향도 '우리 편'이라서 좀 관대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하겠다.

텃밭 농사를 하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풀을 뽑고 돌아서면 또 풀이 그만큼 자라 있다'라고 한다. 텃밭을 처음하는 초보라도 봄철까진 풀이 두려운 존재는 아니다. 손으로 쉽게 뽑히고 양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마를 지나면서 풀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 뽑다 지친 초보는 풀 뽑기를 포기하고 풀과의 동행을 선택하거나 텃밭 자체를 포기한다. 그만큼 근절(根絶·다시 살아날 수 없도록 아주 뿌리째 없앰)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2018년 당선된 시장·군수도 임기가 반쯤 지났고 제21대 국회의원은 임기를 막 시작했다. 우리 편, 같은 뿌리라는 것 때문에 휘둘리거나 그 뿌리를 자르지 못해 대사를 망치를 우를 범하지 않도록, 농부가 풀과의 동행을 택하지 않도록 집안 단속, 주위 단속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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