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의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선 프로젝트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과 같은 한국 조선업체들이 예상대로 따냈다. 조선 3사는 지난 1일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페트롤리엄(Qatar Petroleum·이하 QP)과 발주권리를 보장하는 약정을 체결했다.

국내 조선 3사가 카타르와 23조 6000억 원 규모의 LNG선 발주 약정을 한 사실은 수주가뭄에 시달려온 국내 조선업계의 입장에선 말 그대로 단비와 같은 소식임이 분명하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연간 LNG 생산량을 기존 7700만t에서 2027년까지 1억 2600만t으로 늘릴 계획을 세우면서 대규모의 운반선 발주가 예상됐다. 카타르는 지난 4월 약 3조 5000억 원 규모(16척)의 대형 LNG운반선 관련 건조 공간 확보 계약을 중국 후동중화조선과 체결하였다. 당시 이 계약으로 국내 조선업계에선 위기감이 돌기도 하였다. 하지만 중국과 QP의 계약은 카타르 LNG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카타르산 가스를 계속해서 사주는 걸 조건으로 이뤄진 계약으로 알려졌다. 가격경쟁력을 둔 경쟁 입찰이 아니라 일종의 정치적 담합의 결과로 보인다.

한국 조선업계는 LNG 운반선 건조 기술에선 단연 세계 최고라 자부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선박 발주량이 급감한 상황이다.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72만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이다. 이 가운데 90%인 65만 CGT를 중국이 수주하였지만, 56만 CGT가 중국 국내 발주 물량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조선업이 처한 곤궁한 처지는 쉽게 이해된다. 즉, 세계 조선업계가 수요 절벽에 내몰린 상황에서 카타르 LNG선 약정 체결은 정말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LNG선은 척당 가격이 약 2억 달러(약 2500억 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조선 3사는 2004년에도 이후 4년간 카타르가 발주한 LNG선 53척을 싹쓸이하며 초호황 발판을 마련했던 경험이 있다. 또한 조선업계는 러시아 북극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LNG선 수주 소식도 기대하고 있다. 조선업이 이런 절호의 기회를 살려 회복 계기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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