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부산 대표 문예지들
코로나 시대 잔잔한 응원
힘이 되는 작은 일상 담아

코로나19로 힘든 나날 속에서도 문학인들은 차곡차곡 문예지들을 보내왔다. 고통과 불행 속에서도 삶은 끝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새삼스럽게 애틋해진다. 그래서다. 문예지들이 묶어낸 글들 속에서 위로의 문장들을 찾아봤다. 희망이니 극복이니 하는 거창한 뜻이 아니라도 충분히 힘이 되는 말들이 여기 있다.

▲ <서정과 현실>
▲ <서정과 현실>

창원 지역에서 시와 시조를 중심으로 발행되는 반연간 문예지 <서정과 현실> 2020 상반기호(34호)에서 이우걸 편집인은 머리말에 이렇게 썼다.

"권두언을 쓰는 이 시간, 밖에는 비가 내리고, TV에서는 중앙재해대책본부장의 코로나19 방제를 위한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마스크를 쓰고 있고 거리는 한산하다. 희망찬 한 해의 초두에 이런 분위기를 맞아 불안하고 우울하고 참담하다. 그러나 매화는 피어서 어김없이 봄이 오고 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그는 이런 어려운 때야말로 문학이 그 소중한 힘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내용을 훑어보다 '중요시인 자세히 읽기' 항목에서 나름 소중한 힘이 되는 시를 발견한다. 이정록 시인의 '진달래꽃' 전문이다.

"그럭저럭 사는 거지./저 절벽 돌부처가/망치 소리를 다 쟁여두었다면/어찌 요리 곱게 웃을 수 있겠어./그냥저냥 살다 보면 저렇게/머리에 진달래꽃도 피겠지."

▲ <작은 문학>
▲ <작은 문학>

시와 수필 등을 담아 창원에서 발행하는 반연간 문예지 <작은 문학> 2020 상반기호(56호)에서는 전문수 주간(문학평론가)이 머리글에 담은 짧은 풍경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얼마 전 환자인 아내가 새벽에 면회 간 내 손이 차갑다며 좁은 병실 침상의 이불을 한 자락 걷으며 이리 들어오라고 할 때, 나는 순간 육체 없는 정신뿐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비현실적인 순간의 의미 있는 시간의 미화였다. 전혀 비실용적이다. 내 팔 하나 들어갈 수 없는 병상 침대 그 사이로 나를 들어오라는 것."

전 주간은 그저 이불 한 자락의 온기로 온 세상을 따뜻하게 할 마음을 담아냈다. 이번 호에 담긴 민창홍 시인의 시 '라면집에서'에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마음을 가만히 다독이는 부분이 있다.

"하루에 한 번 궁상맞은 인사를 하고/ 버려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하루/ 쓰임새가 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인 하루"

▲ <사이펀>
▲ <사이펀>

부산에서 발행하는 계간 시 전문지 <사이펀> 봄호에서 조창용 사이펀문학상 운영위원장(시인)은 "혹독한 겨울의 시련을 겪은 사람들은 봄의 따뜻한 기온이 얼마나 숭고하고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지 절실히 느끼며 그 봄의 기운에 희망을 얻는다"라고 썼다. 이번 호 신인특집에 실린 최재원 시인의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외'의 마지막 부분도 마치 사람들을 격려하는 듯하다.

"모두가 그랬다. 자라는 건 그런 거라고. 모욕당하고 희롱당하고 외줄타기 하며 현명하게 제 몸을 지켜나가고 너의 값어치를 높여! 높여!"

마지막으로 이미 소개한 적 있지만 경남문인협회 계간 문예지 <경남문학> 봄호 이달균 경남문인협회 회장의 머리말을 다시 펼쳐본다. 이 말 안에 코로나 사태에서 우리가 꼭 움켜쥐어야 할 삶의 태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에도 또 다른 이름의 바이러스는 계속될 것이다. 어떤 우환이 와도 농민은 농사를 지을 것이고, 문인은 글을 쓰고 책을 펴낼 것이다. 문학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은 더욱 문학에 천착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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