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오기 서식지서 열린 행사 이국적 눈길
지역문화·관광에 창의성 더하면 세련미

연초록 왕버들이 드리워진 흙길 사이로 하얀 천을 두른 탁자들이 놓였다. 왕버들 양쪽 옆으로는 논습지가 고즈넉한 농촌 풍경을 오롯이 드러냈다.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탁자에 앉았다. 마치 이탈리아 조그만 도시의 야외 와인레스토랑에서 파티를 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봄바람은 선선하게 불고, 호박식혜와 다과를 준비한 마을 사람들이 손님들에게 예쁘게 빚은 송편과 양갱을 선보였다. 만약 손님들이 턱시도나 드레스를 입었다면 틀림없이 외국으로 생각했을 멋진 자리였다. 창녕 우포늪은 바로 그런 곳이다.

지난달 28일 창녕군따오기복원센터 내 따오기 서식지인 논습지 옆 길에서 따오기 2차 자연방사 기념식이 열렸는데, 기념식 장소 선택에 창의성을 곁들이니 한결 행사가 돋보였다. 이미 신비로운 우포늪의 매력을 최대한 느낄 수 있게 해준 무대 장치였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한 자태를 우리에게 항상 변함없이 선사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더 멋지게 만든답시고 손을 대 망가뜨리고 매력을 결딴내는 행위도 서슴지 않을 때가 많다. 지역 문화자원과 관광자원에 인문학적인 창의력을 가미하면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도 많은 관광객 발걸음을 잡을 길이 많을 텐데도 말이다. 물론 그 창의력을 누가 어떻게 이끌어내 실천하느냐가 핵심이다.

요즘 행정과 정치·경제 트렌드는 문화다. 볼거리, 먹을거리, 입을거리, 머물 곳 모두 관광객들 취향을 저격하지 않으면 헛방이다. 취향은 곧 문화다. 행정·정치·경제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이 이 문화를 먼저 짚어내서 잘 요리해야만 지속발전 가능한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창녕군따오기복원센터 내 따오기 서식지인 논습지 옆 길에서 열린 따오기 2차 자연방사 기념식 모습./이수경 기자
지난달 28일 창녕군따오기복원센터 내 따오기 서식지인 논습지 옆 길에서 열린 따오기 2차 자연방사 기념식 모습./이수경 기자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도 관광객을 많이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자 앞다퉈 지역 문화관광 자원을 홍보하고 있다. 아주 조그만 것이라도 관광 요소로 발탁한다. 녹차의 고장인 하동군은 <미스터트롯>으로 뜬 정동원을 출연시켜 녹차 광고를 하고 정동원길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지역에 업적을 남긴 유명인 또는 대통령을 지낸 인물들의 발자취를 돌아보고자 그 사람 이름을 따 길을 만드는 게 일반적이라고 볼 때, 정동원길은 좀 의아하다.

밀양시는 영남루와 밀양강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관광 자원에 창의성을 가미하고 있다. 종합예술인 밀양강오딧세이를 만들어냈으며, 밀양요가를 창조해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보니 지역민들 반대도 많다. 문화라는 무형자산에 예산을 많이 쓰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도 아직 많기 때문이다.

창녕군은 따오기라는 자원을 활용해 야생 방사와 일반인 따오기 관람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천연기념물인 우포늪과 따오기 자원에 창의성을 더 접목하면 훨씬 세련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텐데 싶어 아쉽다.

나는 물과 빛 등 자연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창의성을 좋아한다. 문득 그가 밀양과 창녕, 하동의 자연 자원을 활용해 작품을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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