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가까이 한국 사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 이용수 씨의 폭로성 기자회견을 통해 몸살을 앓았다. 이 씨가 공격한 윤미향 국회의원은 해명성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검찰 조사를 앞둔 상태다. '위안부' 피해자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운동이 지금처럼 전국민적 관심을 뜨겁게 받은 적은 없었다. 청산되지 않은 일제의 전시 성범죄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피해자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는 적기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 씨 발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대하는 관점의 상이함이다. 일본 정부 차원의 사죄와 진상규명보다는 피해자 금전 지원을 중시하고, 일본의 책임 인정을 한일 발전의 걸림돌로 보는 시각이 국내 보수층에도 있다. 피해 당사자인 이 씨도 이런 시각에 기울어져 있으며, 이 점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그리고 이 단체를 이끌었던 윤 의원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갈등의 근원을 들여다보면 문제 뿌리는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부가 추진한 12·28 합의에 가닿는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당시 합의 파기와 함께 국민과 피해자들이 동의하는 방식의 재협상을 공약했지만 현재까지 정부는 후속 조처를 내놓은 것이 없다. 진척되지 않는 문제 해결에 대해 이 씨는 절망을 느꼈을지 모른다. '배신'이라는 표현을 쓴 이 씨의 발언에서는 형용하지 못할 인권 피해자로서의 참담한 마음, 피해자와 지지자 간 관계 설정의 어려움도 함께 읽힌다. 정부 차원에서 '위안부' 피해자 생계 지원을 넘어 심리 치유에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 씨의 발언은 제국주의 청산이라는 2차대전 전후 질서를 극복하지 못한 한국의 국제적 과제부터 전시 성범죄 피해자의 심리적 외상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이를 푸는 작업을 통해 개인의 고유한 존엄을 회복하는 일이 절실함을 이 씨는 알려주었다. 다만 그동안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기까지 했던 극우 보수 세력이 30년 운동의 교란을 획책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위안부' 피해자 인권 운동을 더 섬세하게 해야 한다는 외침으로 이 씨 발언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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