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건물공사, 원인으로 지목
대책 요구에 지하 공법 바꿔
시, 수용 여부 이달 결정 예정

갑작스러운 도로 침하로 논란을 낳았던 양산시 중부동 주상복합건물 공사 시공업체가 공법을 변경하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이곳은 옛 시외버스터미널 터에 지하 4층 지상 44층 전체면적 4만 2022㎡ 규모로 2017년 말부터 공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지난 2월 지하 기초공사를 하다 물막이벽에 문제가 생겨 인근 지하수와 토사가 현장으로 흘러들어오면서 공사 현장 인근 삼일로 왕복 2차로 도로 40여m 구간과 인도 일부가 갑자기 내려앉아 차량과 주민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양산시는 공사 중단을 명령하고 보수와 더불어 시공업체에 대책을 요구해왔다. 이곳은 지난해 4월부터 원도심지역인 중부동·북부동 일대에 광범위한 지반 침하가 발생한 원인으로 지목받기도 했다. 그동안 시공업체는 지반 침하 원인 규명을 위해 시가 진행한 용역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였지만 또다시 지하 공사로 말미암은 도로 침하가 일어나자 '공법 변경'이라는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 지난 2월 터파기 공사로 삼일로 왕복 2차로 도로가 침하돼 보수 작업을 벌이는 모습. /이현희 기자
▲ 지난 2월 터파기 공사로 삼일로 왕복 2차로 도로가 침하돼 보수 작업을 벌이는 모습. /이현희 기자

시에 따르면 시공업체가 침하 현상을 막고자 지하 물막이벽 공사를 슬러리월(slurry wall) 방식으로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전달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슬러리월 방식은 건설 안정액을 사용해 굴착한 땅속에 철근 콘크리트를 부어 연속 벽을 세우는 공법으로, 기존 시공방식이 지반 자갈로 말미암아 암반까지 밀착할 수 없어 주변 지반 침하로 이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공법을 바꿔 지하수 유출을 방지하겠다는 생각이다. 시공업체는 지하 자갈층까지 완벽하게 지하수 유출을 막는 고난도 공법으로 100억 원가량 추가 공사비가 필요하지만 시가 요구해온 공사 규모 축소 대신 공법 변경으로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생각이다.

공법 변경에 따라 공사 기간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공사를 진행한 지하를 되메우고 슬러리월 방식으로 시공하고 나서 다시 지하 공사를 진행하는데 최소 1년 가까이 걸려 준공 시점 역시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미 시공업체는 지난해 지반 침하로 공사 중단 기간이 늘어나 입주 예정일을 지킬 수 없게 되자 분양 계약 해지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또다시 준공이 늦춰지는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규모 축소 또는 중단보다 공법 변경으로 사업을 정상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에 대해 시는 신중한 태도다. 사실상 공사를 다시 하는 상황인 데다 시공업체가 제안한 공법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반 침하로 공사 중단을 요구해온 주민 목소리도 부담이다. 시는 공법 변경 수용 여부를 결정하고자 이달 안으로 기술심의위원회를 열어 자문을 할 계획이지만 기술적 판단 외에도 현실적인 시공업체 이해와 다양한 주민 여론을 반영하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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