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갑자기 찾아온 변화
삶의 새로운 방식·가치 더해지고

등교 개학이 시작됐다. 약 3개월 만에 아들이 유치원 등교를 했다. 어느새 익숙한 듯 집을 나설 때 마스크를 찾는 아들과 빨개진 귀 뒷면이 보인다. 제 몸보다 큰 가방은 식판과 개인 물병, 손 소독제, 그리고 기다리던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 설렘으로 부풀어있다. 집 주변 놀이터는 아직 폐쇄 중이다.

등교 전날 '친구들이 자신을 못 알아보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슬프다는 아들을 다독이며 잠을 재웠다. 코로나19 사태로 변해버린 환경에 아이들도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도 코로나19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대한민국을, 지역사회를, 우리 주변을 떠돌아다닌다. 지금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한다. 치료제가 나와도 다른 바이러스가 발생할 것이라는 불안이 존재한다. 공기처럼 보이지 않던 자유가 기약 없이 마스크 벗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역사로 배웠던 변화의 변곡점과 다르게 갑자기 찾아온 환경 변화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물리적 관계가 변했다. 지금 우리 모두가 마스크를 통해 체감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확진자를 중심으로 방역 당국은 역학조사를 한다. 확진자의 지난 동선 내역이 실시간으로 갱신되며 전파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그 속에는 우리의 사회적 관계망이 들어 있다. 누가 누구를 만나고 어떤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지. 국민의 눈높이 또는 사회적 합의 선에 부합하지 않는 터부가 있다면 뜨거운 감자로 타오른다.

물리적 관계의 어려움이 비대면 관계 장인 온라인으로 집중된다. 욕망의 전이처럼 새로운 관계망을 찾는다. 현 상황에선 온라인이 해법이 되어 현실이 온라인으로 빠져든다.

분명 어제와 다른 오늘이다. 온라인을 통해 말 그대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실시간 세상에 들어선다. 마스크를 쓰고 집을 나서지만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보게 된다. 기존 삶의 방식에서 비대면의 활성화가 개입한다. 편리하고 빠르다. 각종 메시지 단체 방이 만들어지고 의사전달이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메시지 확인이 줄어드는 숫자로 표현된다. 상대방이 나의 의견을 들었다고 확인한다. 잠시 뒤 그 의견에 대한 확인 답장이 도착한다. 데이터가 쌓이고 정량화된다. 그만큼 가속화되어 일상에 스며든다.

물리적 전쟁 없는 평화의 시대에 몰랐던 정부의 역할이 다시 부상한다. 우여곡절로 받게 된 긴급재난지원금이 지역사회로 소비된다. 지원금 소비내역을 분석하여 심리적 회복세를 확인한다. 개인과 나라 간 보이지 않던 소속감과 필요성이 다시 구성된다.

그 과정에서 0과 1로 표현되는 온라인은 숫자를 통해 객관성을 부여받고 데이터로 평가받는다.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조회 수, '좋아요' 수가 새로운 평가 기준이 된다. 더 큰 목소리가 되기 위해선 '좋아요'와 댓글이 필요하다.

삶의 새로운 방식과 가치가 더해진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마다 또 하루분 새로운 경험이 쌓인다. 익숙하지 않은 방식과 절차에 관해 생각하다 유치원을 다녀온 아들 말을 듣는다. 개인 책상의 낯섦. 함께 블록을 가지고 놀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시키려 노력한다. 이러한 슬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온라인 속 커뮤니티에 접속해 같은 감정을 공유한다. 우리는 이모티콘으로 슬픔을 표현하는 오늘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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