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이해력 저하 우려하는 학부모
내 아이의 학습 찬찬히 들여다볼 기회

지난 3월 이후 등교수업이 5차례 미루어지면서 가정이 중요한 학습 공간이 되었고, 학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은 커졌다. 몇몇 학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초·중·고등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집에서 일어난 일을 이렇게 표현했다.

"수업이 시작되면 집에 있는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모두 동원이 됩니다. 초등학생은 음악 시간이라 노래를 부르고요(초등학생은 그날 배운 노래를 온종일 불러요), 체육 시간을 맞은 중학생은 체조 연습을 하고요, 영어 공부를 하는 고등학생은 시끄러워서 공부를 못 하겠다고 소리를 지릅니다."

"우리 아이는 친구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마스크 쓰고 나가서는 피자를 주문해서 강변 체육공원에서 나눠 먹었대요. 그렇게 생일을 축하하고는 헤어졌대요. 학원에서는 계속 전화가 와요. 다른 애들은 다 나오는데 학원 안 나올 거냐고요. 참 난감해요. 안 나올 거면 말해 달라고, 들어올 아이가 있다고 그래요. 고등학생 아이가 친구들과 노래방 가겠다는 걸 막았더니, 노래방에 간 친구들이 메시지를 보내는 겁니다. '야, 너만 빼고 다 모여서 논다!' 아이는 '다들 가는데 나만 안 되는 거냐'고 항의하고요."

원격수업 초기에는 앞 시간의 활동지를 정리해서 올리느라 다음 시간 출석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에 활동지를 얼른 해서 올렸더니, 담당 선생님이 '너무 가벼웠나?' 싶어 분량을 늘린 경우도 있단다. 아이들은 메신저를 통해 저희끼리 "다 했다고 얼른 올리지 마라"며 정보를 주고받기도 한단다. "과제를 내고 다음 수업을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에 온라인 게임이나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으니, 과제를 많이 내어 주세요" 하는 학부모도 있다.

원격수업에 따른 학부모님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지 온라인 설문을 했다. 의외로 '학교에 못 가고 집에만 있어 답답하지만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는 답이 많았다. 맞벌이 가정에서는 아이가 수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고, 밥은 잘 챙겨 먹는지 걱정이다. 컴퓨터와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늘어난 것도 걱정이다. "휴대전화를 못 쓰게 하고 싶어도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한다는 둥, 잘 때 빼고는 휴대폰과 컴퓨터에 딱 붙어삽니다." 게임만 하는 건 아닌가 싶어 과제를 늘려 달라는 학부모도 있고, 아이들 눈 건강을 걱정하기도 한다.

이참에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학습을 찬찬히 들여다볼 기회가 온 것 같다. 설문의 답변을 보면, 학부모님의 고민과 걱정은 좀 더 본질적인 부분으로 접근하고 있다. '수업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모르는 부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제대로 해결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고 진도만 나가는 느낌이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학부모님들도 함께 하고 있으니,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공부법을 가르치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오랜 기간 실내 생활이 중심이 된 것도 걱정이다. 밖에서 맘껏 뛰놀았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하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너무 길다. 낮과 밤이 바뀌어 컴퓨터만 들여다보는 아이를 보면 등교 개학이 기다려진다. "학교에서 선생님이랑 수업하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이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누구나 인정하는 것 같다. 원격수업은 아이들의 성장과 수업의 본질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교사도 학부모도 학생도 함께 성장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여물어 가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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