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식물 국회 끝내고 상생·협치해야
그 출발은 국민이 요구하는 '특권 폐지'

남의 집 일을 하면서 그 대가로 밥을 먹고사는 이른바 '머슴 밥값론'은 흔히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삼을 때 자주 인용한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은 제발 밥값(일)을 하라며 300명의 의원을 선출해 국회로 보냈다. 하지만, 이들이 제대로 밥값을 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동안 국회는 동물·식물 국회, 일 안 하는 국회 등으로 이른바 '이게 국회였나'로 요약된다. 그들은 손사래 치겠지만 허구한 날 여야 간 싸움질에다 전쟁터의 적군처럼 서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모습만 보였다. 21대 국회는 국민을 위해 상생 협치하고, '이게 국회다'는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 그 첫 신호탄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서 시작한다.

사람이 특권을 많이 가지면 게을러지기 마련이다. 국회의원 보수는 1인당 국민소득의 약 5.3배로 연 1억 4000여만 원에 이른다. 봉급으로 환산하면 월 1000만 원 이상을 받는 셈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위다. 여기다 의원 한 명이 9명의 보좌진도 둔다.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 관용차에 유류비까지 포함하면 의원 한 명당 연간 수억 원의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도 갖는다. 이뿐 아니라 공천 영향력 행사로 단체장이나 기초·광역의원에게는 언제나 '갑'의 존재다. 이러다 보니 세간에 돈 있고 말깨나 하는 자들은 앞다퉈 출마한다.

한국은 이제 21세기형 글로벌 선도국으로 향하고 있다. K팝은 세계 음악계를 주도하고 있다. 세계적 코로나19 위기는 앞선 대처 능력으로 한국을 세계 모범국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스포츠계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한국여자골프대회(KLPGA)를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최해 세계 스포츠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런 선진형 위상을 고려하면 이제는 국회가 글로벌 국회로 변할 차례다. 나는 이 지점에서 그리 오래되지 않은 한 생생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지난 총선(4월 15일)에서 김해 을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장기표 후보다. 그는 국회의원이 되면 보수는 월 300만 원만 받고, 보좌진은 9명에서 3명만 두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최선봉이 되겠다고도 했다. 만약 의원들 간 합의(특권 내려놓기)가 안 되면 혼자서라도 실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보였다. 이는 큰 울림이었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고위층 '특권 내려놓기'를 주문하고 시도했다.

국민은 21대 국회의원들에게 특권 폐지를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만 모른 척한다면 국민적 도리가 아니다. 그러기에는 국민의 정치적 수준이 너무 높아졌다. 날이 저문다고 해서 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밥을 할 줄도, 아기를 달랠 줄도 모르는 사람을 가정관리사나 아이돌보미로 고용할 수는 없다.

정당을 떠나 제2·3의 장기표가 더 많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가격이 싼 물건을 포장(국회의원 학벌과 경력 등)만 보고 비싸게 사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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