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니 데스크 인 진주'재즈 콘서트
진주영상모임·지역사회 협업…대학생들 편하게 오가며 관람

이런 걸 한다고 수익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신이 하고 싶어서, 혹은 내가 나로 존재하는 이유를 찾고자 열심히 해보는 거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쌓이고 쌓여야 문화예술 토양이 풍성해지고 우리 사회에 활기가 돈다.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일어나는 작고 다양한 시도들이 소중한 이유다.

◇사무공간에서 펼치는 라이브 공연

지난 24일 오후 11시. 일요일이 다 저물어가는 한밤, 진주문고 서가 사이에서 재즈 음악이 흘러나왔다.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롱아일랜드재즈밴드(Long Island Jass Band)'가 연주하는 것이었다. 올해 1월 1집 앨범 〈Shall We Dance?〉를 발표한 5인조 신인 밴드다. 이 밴드가 한밤중에 진주문고에서 뭘 하느냐고? 이 공연은 'MBC경남 Music'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진주 지역 젊은이들이 타이니 데스크 인 진주(Tiny Desk in Jinju)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깜짝 이벤트였다.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라는 영상 시리즈가 있다. 미국 공영 라디오(NPR, National Public Radio)에서 제작하는 유명한 음악 채널이다. 실제 업무를 하는 방송국 사무실 안에 작은 무대를 만들어 연주를 하는 방식이다. 책들이 잔뜩 꽂힌 서가나 사무용 책상 위 물건들 덕분에 편안하고 독특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 24일 밤 진주문고에서 진행된 '타이니 데스크 인 진주' /진주영상모임
▲ 24일 밤 진주문고에서 진행된 '타이니 데스크 인 진주' /진주영상모임

진주문고에서 열린 라이브 공연은 '진주판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이 생각을 한 이는 진주에서 사진과 영상을 하는 김기종 씨다. 그저 진주에서도 이런 걸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진주 지역 젊은이들과 진주영상모임(JJAF)을 하고 있는데, 일단 이들이 함께하면 촬영과 음향 등은 해결될 것 같았다.

문제는 장소. 그가 생각한 적당한 장소가 진주문고였다. 그가 이런 뜻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 4월 말이다. 이걸 본 이들의 주선으로 진주문고의 협조를 구할 수 있었다. 대신 공연은 영업이 모두 끝난 후에 하기로 해서 심야 공연 형식이 된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MBC경남에서 무료로 유튜브 채널을 제공하기로 했다.

일단은 재밌자고 한 일이어서 모든 게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앞으로 이걸 또 할 수 있을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막상 준비를 해보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들 한번이야 그냥 할 수 있지만, 또 하려면 비용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그럼에도, 준비한 이들 사이에서는 이거 계속 한 번 해볼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진주문고 쪽에서 이 정도면 낮에 손님 많을 때 해봐도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반응이 좋으면 다른 사무실 공간에서도 해보고 싶기도 하다.

◇운영 이어가는 대안공간

역시 재밌다. 창원대 기숙사 후문 쪽에 있는 갤러리 로그캠프(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전시를 둘러보면서 든 생각이다. 2017년 창원대 미대 출신 젊은 작가들이 마련한 대안공간이다. 그동안 대학 근처에 있으면서 신선한 전시를 많이 했었다. 특히 창원대 학생들이 편하게 찾아와 창작 자극을 받던 곳이었다. 지난달 창원시 청년 공유공간 지원사업 '창원형 청년꿈터'에 선정되면서 임대료와 운영비, 활동비를 지원받게 됐다. 운영진이 일부 바뀌긴 했지만, 올해 내내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26일까지는 창원대와 동아대 미대 출신 작가들의 교류전 '덴 오브 이블' 이 열렸다. 창원대 4명, 동아대 4명이 참여했다. 개인 친분을 토대로 기획된 전시였다.

▲ 26일까지 창원 대안공간 로그캠프에서 열린 동아대·창원대 교류전. /이서후 기자
▲ 26일까지 창원 대안공간 로그캠프에서 열린 동아대·창원대 교류전. /이서후 기자

'덴 오브 이블'과 '로그캠프' 모두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 '디아블로2'에서 가져온 것인데, 이를 연결한 게 재밌다. 로그캠프 게임은 시작지점을 이르는 말이고, 덴 오브 이블은 첫 번째 임무를 말한다. 전시 제목 자체가 로그캠프가 다시 의욕적으로 운영을 시작함을 뜻하기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야."

이번 전시 공지에 적힌 이 말이 선뜻 와 닿는 이유다. 젊은 작가들의 치기 어린 선언 같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이 또한 삶의 지독한 진실이기도 하다. 실제 이번 전시 작품들에 이런 젊음이 가득했다.

"제 작업은 아무 내용이 없습니다. 그냥 갑자기 장난스럽게 생각나는 모든 것을 메모한 메모장입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무엇을 그리자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 아무 의식의 흐름 없이 듣고, 보고, 상상하는 것, 그 재미있었던 것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한 것입니다." (박근곡 작가 '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니?' 작품 설명 중에서)

앞으로 로그캠프에서 열리는 전시는 인스타그램에 계속 공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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