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1월, 해군 청해진함 홋줄 사고를 당한 부상 군인이 최근에 숨지면서 이 사건이 뒤늦게야 조명받고 있다. 사회 무관심 속에 오래 투병하다 직업 군인의 꿈을 꽃피우지 못한 고 이형준 하사의 명복을 빈다. 유족들이 당시 사고 원인 조사와 사후 조치가 미흡했음을 주장하면서 사고 발생부터 고인의 사망에 이르기까지 해군 당국의 책임이 있는지 규명할 필요성이 커졌다.

유족들은 자신들이 확보한 자료를 통해 사고 발생 당시 함장이 무리하게 홋줄 작업을 지시한 등의 책임이 있으며, 사고 이후에도 해군 측이 고인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채 업무 복귀를 강요함에 따라 고인이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사고 발생 책임이 군 간부에 있다는 주장은 유족이 확보한 고인 동료들의 녹취록에서 제기되었고, 해군이 고인의 치료를 책임지지 않았다는 것은 고인이 생전에 작성한 일기에 기재되어 있다. 또 청해진함 사고 처리에서 함장 등 당시 간부들이 주의와 경고 처분만 받았을 뿐 징계를 받지 않았음이 민홍철 의원이 해군에 요청한 자료를 통해 확인되었다.

현재로서는 유족과 해군 측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만큼 정확한 사실을 규명하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드러난 점만 보더라도 청해진함 사고는 지난해 발생한 최영함 사고 처리 과정과 비교하면 많은 차이를 보인다. 비슷한 홋줄 사고임에도 최영함 사고는 민군합동 조사를 통해 정부가 사고 원인 규명에 힘썼고 해당 해군 간부들을 징계 조치했다. 또 당시 입항 도중 홋줄이 끊어지면서 사망한 고 최종근 하사는 순직 처우를 받았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대 내 안전사고 사망자는 2010년 46명에서 2019년 23명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군대는 여전히 권위적인 조직에다 민간에 폐쇄적인 집단이라는 일반의 인식이 강하다. 군사경찰에서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꽤 흘렀고 유족 울분이 크다는 점에서 좀 더 책임 있는 기관의 조사가 요구된다. 국방부는 최영함 사고 처리를 본받아 민간 참여를 보장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처분하며, 고인에게 억울한 바가 있다면 합당한 예우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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