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정당 축소된 가운데 대선·공수처·경제 등 정쟁 불씨 즐비
기본소득제 도입 논의 불 붙을 땐 여야 정책 대결 치열할 듯

'역대 최악'이라는 혹평을 들었던 20대 국회가 가고 21대 국회가 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만큼, 여당의 독주가 예상되는 21대 국회지만 미래통합당 역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를 중심으로 반전을 꾀하려 하고 있다. '미리 보는 21대 국회'를 ①어게인 20대 국회? ②2022년 대선 전초전 두 가지 주제로 나눠 살펴봤다.

30일 개원하는 제21대 국회는 갈등과 파행으로 얼룩졌던 20대 국회와 달랐으면 하는 국민적 기대가 높지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국민들은 물론 정치권 스스로 말하고 다짐하는 '일하는 국회' '상생과 협치의 국회' '생산적인 국회' 어느 것도 장밋빛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부정적 예측의 핵심 배경은 2022년 3월 치러질 20대 대통령선거다. 대선이 2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인 만큼, 여야는 정국 주도권 확보와 각자 유리한 정치적·제도적 환경 조성에 사활을 걸 게 자명하다. 특히 21대 국회는 20대 국회처럼 거대 양당 어느 쪽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형성됐던 '완충지대'(국민의당·바른정당 등)조차 없다. 177석을 얻은 '슈퍼여당' 더불어민주당은 더욱 자신감 있게 하고 싶은 바를 밀어붙일 것이고, 반대로 103석(위성정당 의석 포함)으로 쪼그라든 미래통합당은 여권 독주 저지와 존재감 부각을 위해 극한 저항도 마다치 않을 것이다.

▲ 21대 국회는 20대와 달리 제3정당이 쪼그라들어 177석 슈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103석의 미래통합당(위성정당 의석 포함) 양당 구도로 재편돼 어느 때보다 상생과 협치에 기반한 타협의 정치가 요구된다. 사진은 서울 서강대교 국회의사당 방향에 붙어 있는 '양보' 교통표지판과 국회의사당 전경. /연합뉴스
▲ 21대 국회는 20대와 달리 제3정당이 쪼그라들어 177석 슈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103석의 미래통합당(위성정당 의석 포함) 양당 구도로 재편돼 어느 때보다 상생과 협치에 기반한 타협의 정치가 요구된다. 사진은 서울 서강대교 국회의사당 방향에 붙어 있는 '양보' 교통표지판과 국회의사당 전경. /연합뉴스

그 첫 번째 전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유력하다. 지난해 12월 30일 통합당의 반대 속에 공수처 설치 관련 법이 통과되면서 6개월 경과 후, 즉 오는 7월에 법 시행 및 공수처 출범을 못 박았지만 예정대로 진행되기 어려워진 상태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인사청문회 등을 위한 후속법안 제·개정이 여야 이견으로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관련 법을 처리할 방침이지만, 통합당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먼저라며 순순히 협조하지 않을 태세다. 최근 민주당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 재조사를 주장하며 공수처를 거론한 건 이런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통합당은 여권 인사에게 면죄부를 주고 야당 인사는 탄압하는 공수처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강력 반발했고, 법 개정과 위헌 소송 등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당은 특히 검찰 등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하면 공수처에 즉시 통보하고, 공수처 판단에 따라 해당 사건을 이첩받게 한 공수처법 제24조를 대표적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한다. 민주당은 수사의 실효성과 수사력 낭비 최소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항이라고 반박하지만, 통합당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원천봉쇄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코로나19 사태와 민생·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 경쟁도 공수처 못지않은 21대 국회의 뇌관이다. 정부·여당은 지난 총선에서 위력을 발휘한 긴급재난지원금 2탄·3탄 격인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국민취업지원제도(한국형 실업부조) 등을 띄우며 압승의 기세를 대선까지 이어가려 하는 반면, 통합당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근본적 전환과 재정건전성 우려 해소, 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조치가 효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실물경제 위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고용·사회 안전망 확충, 위기 기업 지원 및 일자리 대책, '한국형 뉴딜'의 차질 없는 추진 등 더욱 과감한 재정정책으로 다가올 경제 한파를 대비해야 한다. 국난 극복에 여야 모두 대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송갑석 대변인)고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다만 주목할 만한 변수가 있다면, 확장 재정에 기반한 각종 복지대책에 '퍼주기' '포퓰리즘' 공세로 일관했던 통합당이 이전과 다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곧 통합당을 이끌게 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가 그 중심 인물로, 최근 그는 국민 전체 또는 일부에게 최소 생활비를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해 25일 K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제 언급이 잦아지는 것을 봐서 어쨌든 (김 내정자가) 선제적인 입장 표명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재난기본소득 때문에 많은 분이 실질적 관심을 갖게 됐는데, 무상급식처럼 진보-보수가 '한다' '안한다'로 붙으면 보수가 아주 불리한 위치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 보수가 안티세력처럼 보여선 안 된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21대 국회의 논쟁 지점은 누가 더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민생·경제 대안을 내놓는지, 또 복지를 확대한다면 그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증세가 필요한지 아닌지, 증세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등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이는 사사건건 찬성과 반대, 강행과 저지로 대치하고 충돌했던 20대 국회와는 다른 21대 국회, 보다 생산적이고 정책 중심적인 21대 국회를 기대케 하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