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함 동료 "우연한 사고 아닌 인재"
해군, 책임자 3명 가벼운 행정처분 그쳐

최근 진해에서 해군의 한 부사관이 숨졌습니다. 부검 결과는 급성 심정지입니다. 그는 2018년 11월 해군 특수전단 소속 청해진함 홋줄(배를 부두 말뚝에 묶는 데 쓰는 굵은 줄) 사고로 크게 다쳤습니다. 유족은 그동안 이 부사관을 방치한 해군의 책임이라며 진상규명과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당시 사고와 이후 벌어진 일을 상·하로 나누어 싣습니다.

고 이형준 하사의 사고와 관련해 징계를 받은 해군 간부는 아무도 없다. 이 하사의 사고와 지난해 5월 해군 청해부대 최영함(4200t급) 입항 행사 도중 발생한 홋줄 사고는 그 처리과정과 결과에서 차이가 크다.

▲ 창원시 진해구 속천항에 선박이 홋줄(정박용 밧줄)로 묶여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창원시 진해구 속천항에 선박이 홋줄(정박용 밧줄)로 묶여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징계는 없었다 = 해군은 지난해 5월 최영함 사고와 관련해 민군 합동사고조사를 하고, 원인과 조치가 미흡했던 점 등을 규명했다. 이 사고와 관련해 △홋줄이 끊어졌을 때에 대비한 안전구역 대피 미흡 △안전모·구명의 등 안전장구 미착용 △입항 인원 배치 적절성 미흡 △안전사고 예방조치 미흡 등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사고와 관련해 함장 등 사건 관련자 3명에게 감봉·근신 등으로 '징계'를 했다.

그러나 이형준 하사 사고와 관련해 징계를 받은 이는 아무도 없다. 해군은 지난 2018년 12월 4일 자로 당시 청해진함 함장·구조부장·갑판장 등 3명에게 주의·경고 조치를 했다. 현장 통제가 미흡했다는 이유다. 주의·경고는 징계위원회를 거치지 않는 신분상 행정처분일 뿐이다.

유족 측은 해군의 이런 태도를 비판했다. 이 하사의 사고 때 안일하게 대처하지 않았더라면 6개월 뒤 최영함 홋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특히 유족은 사고를 직접 목격한 이 하사의 동료로부터 사고는 우연한 재해가 아니라 '인재'라는 증언도 확보했다. 유족은 다른 동료도 더 만나보려 하고 있다.

녹취록을 보면 동료는 "함장의 지시에 정확함이 없었다. 당시 청해진함이 입항할 부두가 아니었는데도 홋줄을 냈었고…, 예인선도 없었다"며 "해군은 함수의 1홋줄과 함미의 6홋줄이 터지면 사람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갑판 등 책임자는 이형준 하사 등 3명이 홋줄 관련 업무가 미숙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방관했다"는 내용도 있다.

지난 4월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홍철(더불어민주당·김해 갑) 의원이 해군에 청해진함 사고 관련 수사·처벌 기록을 요구했으나, 주의·경고 처분을 했다는 것 외 구체적인 기록은 답변을 받지 못했다.

또 이 하사가 해양의료원에서 특수재활치료를 받지 못한 이유, 장기복무 전환 빌미로 업무복귀를 종용한 사실 여부, 사고 은폐 의혹 등도 물었으나 해군은 역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19일 해군 작전사령부 관계자를 통해 "해양의료원에서 물리·저주파·신경 치료 등을 할 수 있는 치료를 주기적으로 했다", "복귀 종용은 사실무근", "사고 은폐·축소 의도 없음" 등 답변을 받았다.

◇순직 처리 될까 = 해군 측은 민 의원실을 통해 이형준 하사 사망사건을 현재 군사경찰에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하사가 치료를 받았던 3곳 병원의 의무기록을 확보하고 분석 중이며, 6월 초에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공사상심사위원회를 거쳐 7월 초에 순직인지 일반사망인지가 결정될 예정이다.

군인사법은 △타의 본보기가 되는 고도의 위험을 무릅쓴 직무 수행 중 사망 △국가 수호·안전, 국민 생명·재산 보호 관련 직무 수행·교육훈련 중 사망(질병 포함) 등을 '순직'으로 인정하고 있다.

순직 결정이 나면 국립현충원에 안장할 수 있고, 순직 형태에 따라 기준소득월액의 23.4~44.2배 사망 보상금, 재해위로금(200만 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일반사망으로 결정나면 현충원 안장과 사망 보상금 지급은 없다. 재해위로금은 100만 원이다.

유족은 "사람이 죽고 난 다음 조사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 해군은 사고 났을 때부터 책임자의 지휘에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며 "앞으로 우리 형준이와 같은 사고가 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군 관계자는 "해군도 전우를 떠나보내게 돼 굉장히 마음이 무겁다. 다만, 유족이 주장하는 여러 의혹 가운데 일부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18년 11월 사고에 대한 재조사나 추가 조사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하사가 생전에 남긴 글을 보면 그의 심경이 드러난다.

"지금 8개월 넘게 입원 중이지만 군에서 누구 하나 이렇게 해보라는 사람 한 명도 없다. 이대로 평생 아무 보상도 못 받고 취직도 못한 채 삶을 살아갈까봐 두렵다." <끝>

 

알려왔습니다 △25일 자 1면 '국가에 복무한 대가가 이런 것입니까' 제목의 기사에서 "이 하사는 6차례 수술을 받고 공상 처리를 위해 해군에 사고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이 하사를 처음 치료한 병원은 피부가 찢긴 다리 부분에 오염이 우려돼 1인실 사용을 권했지만, 해군은 규정상 지원할 수 없다며 외면하기도 했다"는 내용과 관련해, 해군 작전사령부는 "사고 관련 CCTV 영상 등 조사 기록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며 "1인실 사용은 인정기간이 25일(상황에 따라 연장 가능)이며, 전액을 보전받지 못할 수 있다고 고지한 바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또 "지난해 말 기준 이 하사 측에서 청구한 900여만 원(수술비 제외)은 모두 지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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