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경관심의위 이전 보존 결정에 지역사회 긴급토론
현재 개인 소유로 방치·훼손 우려…"체계적 복원 필요"

옛마산 근대문화유산인 소설가 지하련 주택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데 지역사회가 한목소리를 냈다.

마산역사문화유산보전회는 22일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교육장에서 '지하련 주택 이대로 사라지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진행했다.

창원시 경관심의위원회가 지난해 마산합포구 상남·산호재개발정비사업구역을 심의하며 '지하련 주택'을 이전해서 보존하는 결정을 내린 가운데, 원형 훼손 우려가 제기됐다. 토론회에서는 시가 지하련 주택을 사들여 현지 보존해야 문학사적, 독립운동사적 의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 겹쳤다.

소설가 지하련(본명 이숙희·1912~?)은 일제 말기와 해방기로 이어지는 1940년대 삶을 충실히 보여주는 여성작가로 평가된다. 1940년 요양 차 셋째 오빠 집에 머물며 '일기'라는 글과 단편소설 '결별' '체향초'를 집필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하련 주택은 당대 카프 문학을 이끌었던 임화 시인과 지하련 부부의 사연이 담긴 곳이다.

허정도 건축학 박사는 "지하련 주택은 1936년 8월 13일 지하련 셋째 오빠 이상조가 토지를 사들인 직후 신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상 2층 목조 가옥으로 평면구성은 당시 일본식 주거양식을 취했지만, 부엌에 햇빛을 끌어들인 천장은 당시 보기 드문 기법이다. 근대식 건축기술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며, 신 경향(모더니즘 양식) 건축 디자인은 당시 마산포 최고의 주택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에 있는 소설가 지하련이 살던 주택. 1936년 신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상 2층 목조 가옥이다. 당시 근대식 건축기술자들이 보기 드문 기법을 사용해 건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에 있는 소설가 지하련이 살던 주택. 1936년 신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상 2층 목조 가옥이다. 당시 근대식 건축기술자들이 보기 드문 기법을 사용해 건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지하련 주택은 주거사적 관점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일제 강점기 한국인이 거주했던 문화주택이자, 인물사적 관점에서는 소설가 지하련, 항일독립운동가(상만·상배·상조·상북·상선) 형제들과 임화 시인이 드나들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문학사적 관점에서도 1940~1943년 지하련의 집필 공간으로 추정된다.

허 박사는 "이전해서 원형을 보존하는 것보다 창원시가 사들여서 문화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재정 부담도 적고 공간의 의미를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 역시 원형 보존돼 마산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진석 경남대 건축학과 교수는 "지하련 주택은 당시 서구문화와 식민지문화가 혼재된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조선 주거문화의 시대상황을 대변하는 문화주택이다. 문화주택은 근대 조선 사회에서 조선의 엘리트들이 주도적으로 생활 개선운동과 근대문화를 지역사회에 전파했다는 측면에서 측정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 체계적인 건축 복원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하련 주택은 2015년 화재로 내부 상당부분이 훼손된 채로 방치되고 있어 서둘러 보존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데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희정 창원시의원은 "지하련 주택은 개인 소유로 재개발 구역에 포함돼 있는데, 십수 년째 멈춰 있는 재개발은 언제 본격적인 사업이 진행될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 계속 방치된다면 화재로 말미암은 주택 훼손이 가속되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창원시 근대건조물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으로 근대건조물 개념이 대폭 확대되고, 매수 근거 등이 마련됐다. 현재 창원대학교에서 연구용역 중인 A등급 근대건조물 보존과 활용이 오는 9월 발표되면 지하련 주택 보존 방안이 구체화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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