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섬훈 창원시 초대 총괄건축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고향 창원의 부름에 기꺼이 직을 수락했다.

도시 전체 그림을 생각하고 설계하는 총괄건축가의 역량을 빌려 이 도시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면 더없이 긍정적인 일이라고 본다. 앞으로 도시와 건축의 미래상을 놓고 많은 시민과 함께 고민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해봤으면 한다.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면서 몇 해 전 읽었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가 떠올랐다.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와 지난달 중순 2년 임기를 마친 대통령 소속 제5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승효상 건축가가 쓴 책이다.

승효상 건축가는 '빈자의 미학'이라는 철학으로 유명하다. 그는 공동체가 지속하려면 "도시와 건축이 달동네처럼 서로 열려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위에 언급한 책을 보면 그는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사는 달동네에서 '건축과 도시의 모든 지혜와 해결책'을 찾았다고 한다. 달동네는 '각자 가진 게 적어 많은 부분을 서로 나누며' 살 수밖에 없고, 그곳 길은 '넓다가 좁다가 휘어지고 끊임없이 이어지고', '만나고 헤어지며 모이고 즐기는' 장소가 된다.

건축가는 '빈자의 미학'을 선언한 이후 자신의 삶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와 어울리지 않는 일이나 사람과는 타협하지 않아야 했다고 고백한다.

'빈자의 미학'이라는 말과 그 뜻에서 경남도민일보의 사시(社是)인 '약한 자의 힘'이 겹쳤다. 도민이 만들어준 공기(公器)는 과연 달동네처럼 열려 있는지, 오늘 지면은 무엇으로 채우고 어떻게 쓰고 있는지, 그래서 약한 자를 위한 그릇이 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