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고 인사하기·수다도 '자제'
입실 시 손 소독·발열 체크 꼼꼼
1m 띄우고 우측통행만으로 이동
점심 식사도 따로 앉아 대화없이

"여러분! 보고 싶었습니다. 환영합니다."

창원시 의창구 창원봉림고등학교 정문에 교직원 일동의 현수막이 걸렸다. 교사들은 현관 입구에 손 세정제와 함께 꽃바구니 2개도 놓았다. 리본에는 '너와 함께라면 학교 생활도 여행이다', '코로나19 함께 극복해요' 문구가 적혔다.

오전 7시 30분 드디어 한 학생이 처음으로 학교에 도착했다. 중앙현관에서 손 세정제를 비치해 두고 기다리던 교사가 인사를 건넨다. 학생은 손 소독을 하고 현관에 놓인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을 측정하고 입실했다. 무사히 첫 등교가 이뤄졌다.

▲ 코로나19로 미뤄졌던 등교 개학이 20일 고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됐다. 이날 오전 창원시 의창구 봉곡동 봉림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며 선생님과 인사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코로나19로 미뤄졌던 등교 개학이 20일 고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됐다. 이날 오전 창원시 의창구 봉곡동 봉림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며 선생님과 인사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학교에 가장 먼저 도착한 김민규 학생은 "원격수업을 할 때는 보통 오전 8시에 일어났는데, 오늘은 등교하려고 두 시간 이른 6시에 일어났다. 새 친구들 만날 생각에 설렌다. 코로나19 때문에 걱정도 되지만 학교에 나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 대부분은 반소매 교복이나 체육복을 입고 등교했다. 8시 10분 이후에 학생들이 몰렸다. 1반에서 5반까지 5개 반은 8시 10분, 6반부터 9반까지 4개 반은 8시 20분까지 등교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이날 반별로 학생들의 등교 시간을 따로 확인하지는 않았다.

학생 여러 명이 반가움에 서로 인사를 하면서 가까이 다가서자, 지켜보던 교사가 곧바로 제지했다. 서로 간격을 띄우고 입실하도록 지시했다. 보통 학교 인성부장 교사, 학년 교사 등이 교문 지도에 나서지만, 80일 만에 이뤄진 등교 첫날이기에 교사 10여 명이 정문, 후문에서 학생을 맞았다.

교실은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책상은 널찍하게 시험 대형으로 놓였다. 환기를 위해 창문은 활짝 열렸다.

▲ 학교 건물에 들어서기 전 손 소독을 하는 학생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학교 건물에 들어서기 전 손 소독을 하는 학생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널찍하게 띄워진 시험 대형으로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널찍하게 띄워진 시험 대형으로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급식소 입구 바닥에는 1m 거리 유지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급식소 입구 바닥에는 1m 거리 유지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3학년 담임교사는 아침 조례 시간에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을 쏟아냈다.

3학년 4반 이다빈 교사는 "급식소 외에는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써야 하고, 수시로 30초 이상 손 씻기를 해야 한다. 복도에서도 한 방향으로 거리를 두고 한 줄로 이동하고, 개인 컵을 사용해서 물을 마셔달라"고 말했다. 교실 앞에는 거리 두기 등 학생들이 지켜야 할 수칙이 부착됐다.

학생들은 담임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1교시는 면 마스크 2장, 일회용 마스크 2장씩을 배부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하동훈 학생은 "온종일 마스크를 끼려니 답답하긴 하다. 오늘 등교가 늦어서 뛰어왔는데, 마스크를 착용해서 무척 힘들었다. 그래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내일 학력평가 시험이 있고, 대입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제 쉬는 시간도, 점심 시간도 마음껏 서로 부딪히면서 생활하기는 어려워졌다. 복도에는 우측 통행을 하도록 유도선이 그어졌다. 화장실도 수업 시간이나 수업 이후에 최대한 몰리지 않게 이용하게 됐다. 1층 보건실 옆에는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면 학생이 대기하는 '일시적 관찰실'도 마련됐다.

첫 점심을 먹게 된 급식소도 감염병 예방에 맞게 바뀌었다.

급식소 입구 바닥에는 학생들이 간격을 두고 기다릴 수 있게 글을 써붙여서 표시를 해뒀다. 급식소 좌석에는 58㎝ 높이의 투명 칸막이가 설치됐다. 학생들은 지그재그로 앉아서 대화를 자제하며 밥을 먹게 됐다. 원래 테이블당 좌석이 6개였지만, 이제 3명만 앉을 수 있다. 의자 절반을 급식소 구석에 치워뒀다. 3개 반씩 3∼5분 간격을 두고 식사를 했다.

▲ 20일 오전 창녕여자고등학교에서 한정우(왼쪽 셋째) 창녕군수가 애초 개학일 이후 79일 만에 등교하는 고교 3학년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창녕군
▲ 20일 오전 창녕여자고등학교에서 한정우(왼쪽 셋째) 창녕군수가 애초 개학일 이후 79일 만에 등교하는 고교 3학년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창녕군

이날 하교도 반별로 2개 그룹으로 나눠서 시차를 두고 이뤄졌다.

황성윤 교장은 "생활 속 거리 두기를 하면서 수업, 급식 등을 잘하려고 준비를 많이 했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된 상황이 아니어서 감염 예방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이날 고3 등교수업을 하는 곳은 전체 190개교 중 188곳이라고 밝혔다. 전국 단위 기숙학교인 간디고와 원경고는 오는 25일 등교수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특수학교 중에서는 통영잠포학교가 이날 고3 학생에 한해 등교 수업을 했다.

앞으로 고2·중3·초1∼2학년·유치원생은 27일, 고1·중2·초3∼4학년은 6월 3일, 중1·초 5∼6학년은 6월 8일에 학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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