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폭력·살해 위험 시달리는 여성
'나와 무관한 일'이란 의식이 범죄 키워

2016년 5월 17일. 한 여성이 노래방 상가 공용화장실에 들렀다가 잠복해 있던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됐다. 사건 이전 화장실에 들어간 남성 6명은 아무 일 없이 볼일을 보는 공간에서 7번째로 들어간 '첫 번째 여성'이 살해됐다.

2020년 5월 17일. 우리는 여전히 모두의 안전이 아닌 여성의 안전을 외치고 있다. 4년 동안 달라진 게 없다. 5월 창원에서 60대 여성은 남성 단골손님에게 고기를 구워주지 않는 등 친절하지 않아 살해됐다.

사회단체의 성평등 활동과 정책 개선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음에도 왜 사회는 달라지지 않을까? 한 발 내디딘 정책·제도 변화에도 개개인의 성평등 인식은 더 후퇴했다고 느껴질까?

17일 창원 상남분수광장에서 열린 '5·17 강남역 여성혐오 피살사건 4주기·여성폭력 피해자 추모' 행사에서 슬프게도 그 이유를 마주했다. 무관심이다. 여성과 폭력에는 관심이 있어도 '여성 폭력'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듯 관심을 두지 않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았다.

상남분수광장 주변을 에워싼 피켓 시위대 앞을 지나가도 눈여겨 글을 읽는 사람이 드물었다. 활동가들이 여성 혐오 폭력·디지털 성착취 대응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시민 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옷깃을 잡아당겨 보지만 대답도 없이 갈 길을 가는 시민이 많았다. 최근 'n번방' 사건이 공분을 불러일으켰음에도, 식당 여주인 살해사건이 창원에서 일어났음에도 물음도 없다.

미세먼지 대책을 요구하듯 여성으로 사는 불안과 불편함을 토로한다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예민하게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다고 가능하겠냐'는 물음과 함께 바위를 깨려는 미약한 달걀쯤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든 남성을 범죄자 취급한다'고 불편하다고 항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저런 사람들과는 달라'라든지, '우리 동네가 아니어서 다행이야'라는데 생각이 멈춰버린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반응을 보이던 이들도 4년이 지난 지금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여겨진다.

"시민들이 똘똘 뭉쳐 여성 폭력·성폭력 처벌 강화 제도와 법을 외친다면, n번방 창시자라고 하는 갓갓이 '난 절대 안 잡힌다'는 발언을 할 수 있었을까요? 여성도 공권력도 우습게 아니깐 자신했던 거죠."

"여성 폭력의 피해자가 왜 여성일 거라고만 생각하나요. 짧은 치마를 입은 것도 아니고 여자라는 이유로 살해되는 세상에 피해자는 남성의 여자친구, 엄마, 누나, 여동생이 될 수 있습니다. 안전은 모두의 권리입니다. 이를 알리고 바로잡자는 운동이 관심을 못 받는 게 사회의 문제인지, 운동 방법의 잘못인지 도통 모르겠어요."

여성운동 활동가들의 말대로 갓갓이라는 괴물을 키운 건, 밤늦게 돌아다니지 않아도 살해되는 여성이 생기는 건 우리 무관심에서 비롯됐다. 관심은 앎에서 시작된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개개인의 고민도 확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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