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3권 행사 방해 인정한 사과문
당연히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거의 2주일 전이다.

사과문 내용의 뼈대는 세 개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과 건전한 노사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는 것, 그리고 준법하겠다는 것이었다.

경영권 승계 문제는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게 된 것과 직접 관련이 있다. 이 부회장 자신이 직접 밝혔듯이,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주식 취득 과정이 문제가 됐었다. 또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뇌물 혐의 사건도 그룹 승계와 관련이 되어 있다.

이 부회장은 자녀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며, 더 이상 승계와 관련해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전에 생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없었다.

다음은 노사 문제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고, 책임을 통감하며, 이 문제와 관련해 상처를 입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열흘이 넘도록 이 부회장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서 사과하거나, (당연히 해야 할 조치이지만) 특별한 조치를 했다거나 하는 뉴스를 보지 못했다.

경남 도내에서는 많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들이 탄압을 받았다. 양산에서는 고 염호석 지회장 시신 탈취 사건이 있었다.

김용희 씨는 창원 삼성항공에서 노조를 만들려다 1995년 해고된 뒤 지금까지 복직투쟁을 벌여오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10일부터 서울 강남역 앞 철탑 위에서 1년 가까이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가 있은 뒤에도 그는 아직까지 땅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발표문을 읽었다. 하지만 그가 읽은 발표문에는, 그 이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그리고 명확히 해야 할 것은, 노동3권은 이 부회장이 허락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법으로 보장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다. 그럼에도 이를 보장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결국 그동안 삼성이 그 권리행사를 방해해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피해 당사자들에게 사과하고 그에 합당하고도 명확한 조치를 해야 한다. 피해 당사자한테 직접 사과하지 않으면서 카메라 앞에서 사과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소용이 있다면, 이재용 부회장 뇌물제공 혐의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는 법원 재판부가 집행유예 혹은 규정된 통상의 형량보다 약한 선고를 하는 데나 쓰이지 않을까.

노동자들이 보고 싶은 것은 '대국민 사과문을 읽는 이재용'이 아니라 '당사자들한테 제대로 사과하는 이재용'이다. 사과문은 읽었는데, 사과는 언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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