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참여 70%가 10∼20대
보유량 부족 해소에 동참을

코로나19 장기화로 혈액 수급이 다시 어려워지고 있다. 그 이유는 단도직입적으로 학생들의 헌혈 공백이 크다.

학생들 방학 시기인 1·2월과 7·8월에는 만성적으로 혈액 수급이 어렵다. 올해는 코로나19로 3월부터 학생들이 개학을 못 했고, 어른들이 학생들의 헌혈 공백을 대신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으로 혈액 수급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혈 점유율의 70%는 10·20대 고등학생, 대학생, 군인들이다. 혈액 수급을 이끄는 이 층이 저출산으로 지난해 5만여 명 감소했다. 반면, 30대 이상 중장년층 헌혈이 늘어나고 있지만 30%대에 머물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미국·일본·캐나다 등 선진국은 60~70% 이상 중장년층이 헌혈에 참여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들 계층 헌혈 확대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지난 2월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민방위 교육 대상자가 헌혈 후 증서를 제시하면 1시간 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아직 민방위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효과는 미미해 보이지만 중장년층 헌혈 확대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여기에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예비군 훈련에도 교육 시간 인정을 요청하고 있다. 또 정부는 오래전부터 국가공무원 복무 규정에 따라 공직자 헌혈공가제도를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지자체·공공기관의 사용 빈도는 여전히 낮다. 업무 때문에 공무휴가가 잘 보장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2·3월 코로나19로 혈액 수급이 어려울 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자치단체장들이 직접 나서자 많은 공직자가 헌혈에 참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 순간은 넘겼지만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공직사회에서 공가와 같은 헌혈 장려가 평상시에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기업·단체에서도 공가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다시 헌혈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당장 학생들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획기적이고 과감한 헌혈 장려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유사하게 지극히 일부지만 시·군에서 헌혈자에게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등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차제에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헌혈 감소와 저출산 고령화로 말미암은 고질적인 혈액 수급의 불균형에 대비,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안정적인 혈액 수급을 위한 참신한 대안들이 활발하게 논의되었으면 한다. 예를 들자면 헌혈의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헌혈자를 예우하는 방안으로 국공립 문화·체육 시설 이용료 할인, 운전자 벌점 감면, 헌혈자 정부포상 확대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것들로 말이다.

아직도 유독 대한민국 기성세대만이 1020세대인 학생과 군인 등의 헌혈에 의존한다는 것은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이제는 중장년층 어른들이 나서서 혈액 수급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싶다.

다음 달 14일은 세계 헌혈자의 날이다. 그때까지 모든 국민이 합심해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혈액 수급이 정상화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동시에 1020세대를 앞지르는 중장년층 헌혈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실마리가 되는 2020년 세계 헌혈자의 날이 되었으면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