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기준 마련 계획

총괄건축가는 작은 건물이나 공간부터 높은 빌딩이 밀집한 상업지역까지 도시 전체를 사고하고 계획한다. 한 도시 건축·디자인 혁신의 컨트롤타워다. 창원시도 지난해 9월부터 총괄·공공건축가 제도 추진계획을 세우고 같은 해 12월 건축기본조례를 공포했다.

㈜건축사사무소 어반엑스 대표인 오섬훈(61) 건축사는 지난 3월 창원시 초대 총괄건축가로 위촉됐다. 매주 목요일 서울에서 창원으로 오는 오 총괄건축가를 지난 14일 오전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오 총괄건축가는 두 달째 도시재생 사업 현장, 창원 민주주의전당 예정지, 마산해양신도시, 진해역과 중원로터리 일대 근대문화유산 거리 등을 돌았다. 앞으로 창원국가산업단지도 둘러볼 계획이다. "효율과 산업을 위해 만들어진 창원공단도 이제 사람이 살고 문화와 접목해야 한다. 큰 틀에서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데, 산단 구조 고도화와 스마트산단이 추진되고 있다. 거기에 맞춰 산단의 하드웨어, 물리적 건축 환경에도 조정이 필요하다."

마산·창원·진해지역 개별 특성을 살리면서 중장기적으로 통합 10년 이후 창원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오 총괄건축가의 숙제다. "전통건축 투어로 갔던 경주 양동마을에 대상무형(大象無形)이란 말이 붙어 있었다. 큰 그림은 형태가 없다는 건데, 도시도 큰 그림이다. 많이 모여 있어 구체적 특징을 잡는 게 어렵고, 시간과 연륜이 쌓이다 보면 다른 색깔이 쌓일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병치 공존으로, 다른 것을 나란히 놓았을 때는 서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통합 10년간 사람들에게 관념적으로 은연중에 박혀 있을 텐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도시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 오섬훈 창원시 총괄건축가.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오섬훈 창원시 총괄건축가.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아울러 오 총괄건축가는 도시 내 다양한 생활권별로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고, 창원만의 디자인과 색깔을 버스정류장, 안내판, 휴지통 등 공공건축에 입히면 통합의 시각적 이미지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세종시에서 공공건축가 운영위원회에 참여했었다. 세종시는 공공건축 현상설계를 치열하게 해서 품질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건물이나 가로 환경을 소홀히 하지 않았나 고민이 있었다. 일반인이 일상에서 부딪히는 도로와 공원도 중요한데, 창원 역시 공공에서 도시 건축과 이미지의 기준을 만들면 민간이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는 총괄·공공건축가 제도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기를 바랐다. 6월에는 첫 총괄·공공건축가 간담회가 열린다. 창원시 공공건축가는 모두 22명. 만 45세 이하 신진건축가 6명과 중진건축가 16명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개발과 효율, 속도를 위해 달려왔는데, 제3섹터로 거버넌스를 구성해 공공건축가가 들어오면, 필드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좋은 기회다. 지역에서 젊은 건축가를 육성할 수도 있다."

앞으로 일정은 빠듯하다. 구상 중인 일도 많다. "산복도로에서 마산항으로 이어지는 경관, 지형 조건에서는 마산의 잠재력을 엿봤다. 재개발·재건축도 전면 철거 이후 고층아파트를 짓는 기존 방식과 달리 공공의 가치를 담는 실험도 해보고 싶다. 시민들도 도시 환경과 건축에 관해 식견과 안목을 올릴 수 있도록 건축 강좌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7월에는 공간환경전략계획 수립 용역도 시작된다. 여기에는 지역 정체성과 통합 이미지 형성을 위해 장소 중심의 장기적 발전 방향을 담는다. 내년 5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오 총괄건축가는 창원 동읍 죽동리 출신이다.

국내 현대건축 1세대인 고 김수근 선생이 설립한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25년간 일하며 설계실 소장까지 지냈고, 이후 2006년부터 ㈜건축사사무소 어반엑스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통영수산과학관, 서울 강남 H사 사옥, 인천 송도테크노파크 BT센터, 서울 종로 피맛길과 공평 15·16지구 계획설계 등이 대표 작품이다. 창원에서도 1999년 내서농산물도매시장, 사림동 성미카엘요양병원 등으로 꾸준히 작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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