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의료물품 공급 원활해 승기 잡아
수출·고용 상대적 선방, 경제회복 기대

가뭄이 심하게 들 때면 평소에 보지 못했던 저수지의 바닥을 보듯이, 코로나19 위기상황을 겪으면서 우리는 그동안 알 수 없었던 세계 여러 나라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상황인지 능력, 의료역량, 시민의식, 글로벌 연대 등에 대한 수준과 속내를 저수지 바닥 보듯이 볼 수 있었다.

특히 우리가 막연히 동경해 왔던 강대국에서 벌어지는 확진자 급증, 의료체계 붕괴, 우왕좌왕하는 리더십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부실한 위기관리 체계 민낯을 보았다. 그리고 '과연 그들이 우리가 동경했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선진국 모델인가'에 대해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세계 각국이 우리나라를 코로나19 대응 모범 국가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의 성공 요인으로 신속·투명·혁신·자율 4가지를 꼽고 있다. 매일 1만 건 이상의 신속한 진단검사, 정부·지자체의 투명한 정보공개, 드라이브 스루 등 혁신적 발상,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자율적 시민협조가 이루어낸 결과이다.

필자는 이들 성공 요인에 더하여 다섯 번째로 '제조업'을 추가하고 싶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은 코로나 방역과 의료 현장에서 장비 부족을 하소연하는 뉴스를 거의 매일 들었다. 마스크·방호복·소독제·진단키트·의약품 등 전 세계가 방역과 의료용 물품 대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 사태 초기 마스크 대란은 예외가 아니었다.

군수물자의 원활한 보급이 전쟁의 승리를 좌우하듯이, 방역·의료 물품의 공급은 코로나19 전쟁에서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방역·의료 물품은 '제조업'이라는 산업에서 만들어지고 보급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생산 역량이 우수한 제조업을 국내에 갖추고 있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방역·의료 물품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제조업이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승기를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뒷받침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지금은 세계 각국이 우리의 방역·의료 물품 구애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식료품·음료·종이제품 등이 텅텅 빈 서방 강대국의 마트 진열대를 보면서 우리나라 제조업의 안정적인 생활물품 공급 역량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껏 '의료용 면봉'을 직접 들고나와 자국 내 생산을 자화자찬하는 브리핑을 보면서 우리 제조업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한때 굴뚝산업, 3D업종이라 하여 우리 스스로 경시했던 제조업이 코로나로부터 우리 안전을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3차 산업, 서비스산업 구조로 전환을 강조하면서 제조업 중심의 우리 산업 구조를 후진적 구조라고 자책했었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사태에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경제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로 전망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비대면이 늘면서 서비스 비중이 높은 미국, 유럽에서 일자리 감소가 확연하지만, 제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의 산업구조는 수출과 고용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제조업은 코로나와 전쟁에서도, 코로나 이후의 경제 회복과정에서도 막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제4차 산업혁명을 내세워 산업의 서비스화를 재촉하면서 실물 제조업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면이 없지 않다. 금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제조업의 역할과 유용성을 확인한 만큼, 우리나라가 제조업 최강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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