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휴직자 복귀 무대책
노동자 "생존권 외면 말아야"
경남도에 문제 해결 개입 촉구

금속노조 STX조선지회는 지난겨울 한 조합원(노동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노동자는 울며 "살려 달라, 죽겠다"라고 말했다. 무급 휴직 기간 생계를 잇고자 받은 대출금을 갚지 못했다. 더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신용불량자가 되기 직전이라는 내용이었다.

무급 휴직 기간 사측이 이중취업을 허용해줬지만 '6개월짜리' 노동자를 받아주는 사업장은 거의 없어 대부분 일용직으로, 그마저도 겨울철엔 일감이 없어 일을 못했다는 게 STX조선지회의 설명이다.

회사 현장에서 일을 해도 막막한 것은 마찬가지다. STX조선지회에 따르면 2012년 입사자가 '막내'인데, 기본급만 따지면 최저임금(월 179만 원)이 되지 않는다. 상여금을 합해 통상임금을 적용해야 최저임금을 넘는다. 또 15년 차 노동자가 주52시간을 꽉 채워 일했을 때 250만 원 수준 임금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이 버텨냈던 것은 오는 6월 1일 자로 무급 순환휴직이 끝나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에 복귀할 노동자를 위해 조직 개편을 하자고 요구했는데, 사측이 묵묵부답이다. 산업은행은 무급휴직에 대해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 때문에 STX조선지회는 지난 11일부터 대표이사실과 회사 내 산업은행 관리단장실을 점거해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14일 오후 경남도청 앞에서 '노동자생존권보장 중형조선소 살리기 경남대책위원회'가 STX조선해양 노동자 무급휴직 종료와 관련해 산업은행을 규탄하고, 경남도의 문제 해결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 14일 오후 경남도청 앞에서 '노동자생존권보장 중형조선소 살리기 경남대책위원회'가 STX조선해양 노동자 무급휴직 종료와 관련해 산업은행을 규탄하고, 경남도의 문제 해결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노동자생존권보장 중형조선소 살리기 경남대책위원회'는 14일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노동자들은 "STX조선 무급휴직자 복귀를 앞두고 정부도, 경남도도, 산업은행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 중형조선소 해결책을 찾아보겠다던 김경수 도지사, 국책은행이자 STX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생존권이 달린 노동자 복직 문제를 외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대책위는 김 지사의 역할을 요구했다. 홍지욱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김 지사가 나서서 뭐라도 해야 한다. 최소한 사측과 산업은행 관계자를 모아서 논의할 수 있는 자리라도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는 오는 20일 열리는 경남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민관협의회 실행위 회의에서 강력하게 요구하겠다. 경남도는 답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 관계자는 "20일 회의에서 STX조선 문제도 안건으로 다뤄질 것이고, 논의가 진행될 것 같다. 지금은 뭐라고 답할 수 없다"라며 "STX조선 무급휴직 관련 현황은 파악해둔 상태다"라고 말했다.

STX조선지회 관계자는 "노동자는 6월 1일 자 무급 휴직 종료만 보고 버텨냈다"며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분노를 어떻게 표출할지 모른다. 고통을 감내하고 버틴 노동자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