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우영준 회장 임대 운영
작가 배려 공적 공간 지향 호평
비용 만만치 않아 폐관 결정
지역미술계 '지원책 찾자'고심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에 있는 금강미술관이 6월 말로 임대 계약이 끝난다. 창동예술촌 입구에 있으면서 그동안 나름 존재감이 묵직했었던 곳이다. 괜찮은 전시 공간이 하나 사라진다는 사실에 지역 예술인들의 아쉬움이 크다. 지난 7일 지역 문화예술 인사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

금강미술관은 지난 2016년 4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에 있는 선박 부품 제조업체 ㈜한국야나세 우영준 회장이 금강제화 매장이었던 지금 건물을 사들여 개관했다. 당시 최초로 경남 지역 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이 생겼다며 떠들썩했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운영된 미술관은 위치나 주변 여건 그리고 공간 자체로도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훌륭한 전시 장소였다. 애초에 상업 갤러리가 아닌 어느 정도 공공성을 띤 미술관을 지향했기에 지역 중진 작가들을 중심으로 대관료 없이 전시를 진행했었다. 이런 공간이 사라진다니 지역 예술인들의 안타까움이 큰 것은 당연하다.

지난 7일 오후 5시 30분 금강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금강미술관 운영 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지역 예술인들의 아쉬운 마음을 알게 된 김경영 경남도의원(문화복지위원회)이 주도해 급히 마련한 자리였다. 경남예총, 경남민예총을 포함해 창원, 마산, 진해 지역 예총과 미협 등 지역 예술단체 수장들이 거의 모였다.

여기에 윤치원 경남문예진흥원장, 박선애 창원시의원, 이광두 창동상인회장, 정혜란 창원시 제2부시장, 박상범 창원시 문화예술과장까지 포함하면 참석자는 거의 20명에 이른다.

이날 김경영 도의원이 간담회 취지를 설명하고 윤형근 마산예총 회장이 진행을 맡았다.

▲ 6월 말에 임대 계약이 끝나는 금강미술관.  /이서후 기자
▲ 6월 말에 임대 계약이 끝나는 금강미술관. /이서후 기자

이 자리에 우영준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미 정리하기로 마음을 굳힌 그로서는 부담스러운 자리였을 것이다. 사실 우 회장은 2년 전 즈음에 이미 건물을 지금 건물주에게 팔았다. 그것도 원래 사들인 금액보다 더 싼 값에 넘겼다고 한다. 애초에 미술관을 정리할 생각이 분명했단 뜻이다. 그는 현재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에 전체면적으로 금강미술관 두 배 규모의 갤러리를 꾸미고 있다. 그가 소장한 작품 3000여 점을 보관할 개인 공간이다.

그럼에도, 갑자기 금강미술관 문을 닫으려니 지역 미술인들의 상심이 크기에 올해 6월까지 임대료와 운영비용을 다 내왔던 터였다. 그 비용도 월 임대료만 800만 원, 여기에 인건비와 운영비를 포함하면 한 달에 1400만 원으로 만만치 않다. 인제 와서 우 회장에게 다시 아쉬운 소리를 하기도 쉽지 않다. 그가 그동안 지역 예술인들을 위해 할 만큼 했다는 사실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이야기가 제일 많이 나왔다. 겨우 50일 정도 남은 기간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었다. 진즉 지역사회에 공론화했어야 한다는 질책도 있었다. 물론 지난해 여름 마산예총과 마산미협이 경남문예진흥원에 금강미술관 계약 만료 이후 활용 방안을 함께 찾아보자는 내용으로 공문을 보내기는 했다. 하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이들 중에는 금강미술관 계약이 이번에 끝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이도 있었다. 현 건물주의 의도를 아는 것이 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6월 말로 끝나는 계약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대책위를 먼저 꾸리고 구체적인 운영 방안과 필요 예산, 운영 주체부터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예컨대 금강미술관을 그대로 이어가자는 건지, 이 건물을 거점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건지부터 확실히 하자는 생각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대체로 공간이 아까우니 어떻게든 이어가면 좋겠다는 정도가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무엇 하나 당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창원시나 경남도가 나서주길 바라는 마음들이 은근하긴 했지만, 금강미술관을 지원할 명분과 제도를 만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듯하다.

계약 만료까지 시간은 차곡차곡 흐르고, 지역 예술인들의 안타까움만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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