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특색 살린 음식 없으면 아쉬워
아라가야 함안의 먹거리 어서 찾아야

최근 난생처음 통영 소매물도를 다녀온 적이 있다.

통영항에서 배로 한 시간반여 걸린 청록색 바다와 하얀 등대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매물도에 딸린 작은 섬이라고 해서 붙여진 '소매물도'. 소박한 정취와 빼어난 경관에 본섬 매물도보다 더 매력적이다. 마침 물때를 잘 맞춰 등대섬까지 건너갈 수 있었고, 1917년 건립된 등대는 등대섬을 상징했다.

빼어난 경관과 일렁이는 푸른 파도의 바다에는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횟감도 많으리라 짐짓 여겼다. 짐작은 빗나갔다.

깊은 청푸른 바다에서 갓 잡은 횟감들이 즐비할 거라 생각한 횟집은 보이지 않았고, 선착장 주변, 할머니들이 외부에서 들여온 해삼·멍게·소라 등의 해산물이 지역 특산물인 양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탈진 언덕에 들어선 몇 곳의 펜션과 식당, 구멍가게가 있었지만, 거나하고 싱싱한 횟감을 기대했던 횟집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음식점 한 곳을 빼곤 소매물도 전체가 국가 소유가 아닌 법인 사유지였다는 사실이다.

분명, 섬을 둘러싼 바다에는 크고 작은 횟감들이 서식하겠지만, 많은 관광객이 찾아드는 소매물도에는 횟집이 없었고,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했다.

이처럼 지역 특색을 살린 먹거리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어느 지자체 할 것 없이 지역마다 생산되는 농특산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단연, 우수 농수축산물에 대한 수출길도 열어주고, 각종 축제나 행사 때마다 시식행사도 빠트리지 않는다.

한 예로, 통영에는 푸짐한 해산물을 주축으로 한 다찌집이 인기를 얻고 있고, 마산에는 아귀찜, 하동에는 참게탕 등이 전국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지역마다, 계절마다 특색있는 먹거리를 자랑하고 있어 관광객이면 꼭 한번은 들러서 찾게 된다는 점이다.

최근 함안군이 관광객 유치에 전 행정력을 쏟고 있지만, 아쉬움은 남아있다.

15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말이산고분군을 비롯해 아라가야를 주제로 한 테마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체류형 관광지로 변모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지친 일정 이후 심신을 풀어줄 먹거리는 고민의 대상이다. 딱히, 권장하고 모시고 갈만한 음식이 없기 때문이다. 아라가야 함안만의 전통과 특색있는 음식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고민은 오래전 시작됐다.

인근 대학에 의뢰해 비싼 용역비까지 들였지만, 이럴만한 음식이 나타나지 않았고, 혈세만 낭비한 사례도 있다.

십수 년 전 함안에는 추어탕과 양 수육을 전문으로 했던 식당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명맥이 끊어진 지 오래다. 지금은 유명인 백종원이 다녀간 국밥집이 그나마 체면치레를 하고 있어 지역 특색에 맞는 먹거리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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