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노인 노동자 향한 폭행 차별 반복
비하해 부르는 말까지 굳어질까 두렵다

지난 10일 서울 지역 한 아파트의 50대 경비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노동자는 20여 일 전 아파트 주차장에 이중 주차해놓은 차량을 밀어서 옮기려다가 입주민인 차 주인과 시비가 붙었다. 당시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입주민을 고소했다. 하지만 고소인 조사가 이뤄지기 전에 노동자는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소식이 알려지자 아파트에는 분향소가 마련됐고,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창원 지역에서 있었던 60대 아파트 경비 노동자의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사건 당시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무척 아팠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신문 기사를 다시 찾아봤다. 깜짝 놀랐다. 무려 10년 전 일이다. 10년 전 일이 10년 후인 현재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한 입주민이 경비 노동자에게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노는데 아이들을 쫓아내지 않느냐고 문제를 삼았다. 이 과정에서 경비 노동자는 해당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했고, 이후 입주민과 자녀 앞으로 유서 2통을 남기고 숨졌다. 입주민에게 "주민께 용서를 빕니다. 아무 잘못 없이 폭력을 당하고 보니 머리가 아파 도저히 살 수가 없어 이런 결정을 하게 됐습니다. (중략) 차후 경비가 이런 언어폭력과 구타를 당하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내용을 남겼다.

이후 경비 노동자 유족은 폭행 혐의로 해당 입주민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소송을 대리했던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듣고 "10년 전 일이 '데칼코마니'처럼 벌어졌다. 지금도 공분을 사고 있는데, 10년 사이에 경비 노동자 폭언·폭행 사건이 여러 건 있었다. 경비 노동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게 바뀌지 않고 있다. 당시에 폭행 혐의 입주민은 민·형사상 책임이 인정됐다"고 말했다.

최근 <임계장 이야기>라는 책이 언론에 소개되고 있다. 한 아파트 경비 노동자로 일하는 60대가 쓴 책이다. '임계장'은 사람 이름이 아니다. 저자가 한 업체에서 일할 때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 '임시 계약직 노인장'을 줄인 말이라고 한다. '고다자'라고도 불렸단다. '고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다'는 뜻이라고. 경비 노동자, 노인 노동자 등을 낮잡아 보는 단어다.

호칭은 존재 의미를 부여한다. 누구도 '임계장', '고다자'라고 불려서는 안된다. 기사 제목 등에서도 최근 '임계장'이라는 말이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꼬집는 비유를 위해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혹여 그런 표현이 굳어질까 두렵다.

약한 노동자에게 더 가혹한 현실이 안타깝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휴게 시간 늘리기 등의 꼼수 적용으로 임금은 오르지 않고, 노동 여건은 더 열악해지는 당사자가 바로 경비 노동자 등 약한 노동자다.

내가 바로 '약한 노동자' 당사자라고 생각해보자. '노동 존중 사회'가 멀기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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