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로 관람 방식 변화 / 관객 "맨 앞줄에서 보는 느낌"
장소·시간 상관없이 볼 수 있어
미래 콘텐츠 방향 논의 필요 / 비용 문제 해결해야 지속 가능

최근 모델 한혜진의 '100벌 챌린지'가 이슈다. 코로나19로 패션쇼가 취소돼 옷을 선보일 수 없게 된 디자이너들을 위해 한혜진이 의상 100벌을 입는 '디지털 패션쇼'를 마련했다.

누구도 해낼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 패션쇼는 대성공을 거뒀다.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오자 하루도 안 돼 10만 명 이상이 조회를 했다. 이처럼 위기를 극복하고자 형성된 '비대면(언택트) 문화'는 사회 전반에 걸쳐 확대하고 있으며, 포스트 코로나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현상이 됐다.

문화예술계 역시 코로나19 사태 속에 '비대면 문화'가 싹텄고, 오프라인 행사들이 고개를 드는 시점에 '온라인 문화예술 콘텐츠'가 새로운 트렌드가 될지 주목된다.

▲ 예술의전당 온라인 공연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 모습.  /캡처
▲ 예술의전당 온라인 공연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 모습. /캡처

◇문화예술계 새 지평 열어 = 유례없는 바이러스 확산에 국내외 문화예술계가 앞다퉈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대안이지만 보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창원에 사는 김효신(30)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루에 2편씩 온라인 공연을 챙겨 보고 있다. 그는 유명 극장의 수준 있는 공연을 집에서 볼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매 공연 맨 앞줄에 앉아 감상하기는 어려운데 화면으로 보니 시야에 제한이 없다"며 "특히 공연장에서는 무용수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의상의 디테일 등은 캐치하기 어려운데, 온라인 공연을 보면 다양한 각도에서 생생한 연기와 의상까지 빠짐없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경도 없다. 러시아 마린스킨 극장과 볼쇼이 극장에서도 24시간마다 새 영상을 올리고 있고, 영국국립발레단, 오스트리아 빈국립오페라, 독일 베를린국립오페라 등도 온라인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김 씨는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무료로 보는 게 미안할 정도로 수준 높은 공연들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유료 서비스로라도 훌륭한 공연 영상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는 정해진 시간에만 관람할 수 있는 경우도 있어 일정 확인이 필수다.

온라인에서 관련 정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특히 트위터 '2020 공연 스트리밍 아카이브'라는 계정에서 공연 스트리밍 일정을 공유하고 있다. 영상 공개 이후 일정기간 재관람할 수 있는 공연 영상들도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 김해문화재단 '어와 만세 백성들아:여성, 독립운동, 김해' 온라인 전시. 김해문화의전당 누리집에서 '어와 만세 백성들아' 포스터 배너를 클릭하면 온라인 전시로 연결된다. /캡처
▲ 김해문화재단 '어와 만세 백성들아:여성, 독립운동, 김해' 온라인 전시. 김해문화의전당 누리집에서 '어와 만세 백성들아' 포스터 배너를 클릭하면 온라인 전시로 연결된다. /캡처

◇경남지역 온라인 콘텐츠 = 도내 문화예술계도 코로나19 피해를 줄이고자 '랜선 공연', '랜선 전시' 서비스를 마련했다.

김해문화재단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어와 만세 백성들아:여성, 독립운동, 김해' 온라인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김해문화재단이 3·1만세운동 상징인 유관순 열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마련한 전시로 재단은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이 휴관하면서 온라인 전시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두 곳 모두 재개장해 오프라인 전시도 관람할 수 있다.

경남도립미술관은 '자화상(自畵像)Ⅱ-나를 보다'와 '새로운 시(詩)의 시대' VR(가상현실) 온라인 전시와 온라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온라인 어린이 교육프로그램인 '잠자는 미술관 친구들'은 미술관 누리집과 유튜브 채널, SNS에서 볼 수 있다. 이후 2주에 한 번씩 화요일 오후 2시에 총 6회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창원시립교향악단과 창원시립합창단, 창원시립무용단은 지난달 온라인 콘서트 '아트온'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사천문화재단은 지난 6일 '불멸의 베토벤' 온라인 공연을 유튜브로 생중계했고, 녹화본은 11일부터 한 달간 사천문화재단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지난 5일부터 일주일 동안 '사천 집콕 콘서트' 영상을 온라인으로 선보이고 있다. 오는 13일부터 일주일간은 '안방 트롯 콘서트' 영상을 보일 예정이다.

▲ 사천문화재단의 '2020 사천 집콕 콘서트' 모습.  /캡처
▲ 사천문화재단의 '2020 사천 집콕 콘서트' 모습. /캡처

◇포스트 코로나 논의 필요 = 온라인 콘텐츠는 특정 지역, 국가에서만 누리던 문화예술 콘텐츠를 세계무대에 뽐낼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평소 문화예술을 멀게만 느꼈던 이들이 온라인 콘텐츠를 접한 후 새로운 애호가가 되기도 한다. 온라인 서비스가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사태로 온라인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본 곳들은 앞으로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김해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온라인 전시 개막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단발적 채널 운영이 아닌 관람객과 소통하는 새롭고 다양한 방식의 전시를 위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온라인 콘텐츠를 계속 강화하는 한편, 포스트 코로나 즉 재난 이후 미술관의 방향과 전략에 대한 새로운 희망, 역할, 한계 등의 활발한 담론도 이끌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만 온라인 콘텐츠라도 모두 같은 온라인 콘텐츠가 아니다. 어떤 기관에서 만든 것이냐에 따라, 영상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흥행 성적도 여기에 비례한다. 결국 비용이다.

무료 공연, 무료 전시라고 해도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는 제작비가 들어간다. 저작권과 출연료, 초상권 문제도 있다. 현 상태로라면 온라인 서비스 역시 충분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곳만이 유지할 수 있음은 자명해 보인다.

비대면 문화가 문화예술계 새로운 트렌드가 되려면 코로나 이후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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