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꼽은 정산종사의 가르침 되새겨
역지사지 통한 너그러움이 첫째 덕목

원불교 2대 종법사였던 정산종사께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물었다. "제가 재주 하나를 배워 가지려고 하는데 어떠한 재주가 제일 큰 재주입니까?" 답하시기를 "사람과 잘 화하는 재주가 제일 큰 재주다"라고 하셨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잘 화하게 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잘 놓아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좋은 사이도 이간질해 멀어지게 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코로나19 어려움 속에서도 21대 국회의원선거를 무사히 치렀다. 그러나 아쉬움은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동서 색깔이 더욱더 짙어진 망국적 지역감정의 골을 치유하기가 이토록 어려운 고질병인가 하는 뜻 있는 이의 탄식이다.

이제 동쪽도 서쪽도 서로 품어 안아서 이 땅에 함께 살아가는 똑같은 국민으로서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경제를 살려서 모든 국민이 행복해하는 희망을 꿈꾸는 이 땅이 되기를 기대하고 소망해 본다.

너그러움은 강자에게서 나온다고 한다. 군림하는 강은 오래가지 못하는 치졸한 강이 되며 격조 있는 강은 너그러운 품이 있다.

조선 말엽에 재주 있는 한 젊은이가 첫 벼슬을 해서 그 고을 어른들께 부임 인사를 다니던 차 영의정을 지낸 낙파 류후조(柳厚祚) 대감을 뵈러 가게 되었다. 가는 길에 큰 내가 있으므로 건너편에서 맨상투 바람으로 낚시질하고 있는 노인을 불러 건너가게 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젊은이가 노인의 등에 업혀 가다가 망건에 높은 벼슬을 지낸 사람이 달 수 있는 옥관자가 붙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제야 이 노인이 바로 류 대감인 줄 알고 젊은이는 등에 업힌 채 덜덜 떨면서 내리려 하자 노인이 연유를 물었다.

"젊은이 왜 그러시오?"

"대감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물을 건너 언덕에 내려놓으니 젊은이가 땅바닥에 엎드려 백배사죄를 하였다. 이때 류 대감이 "누가 알면 큰일 난다. 아무 일 없는 것같이 하고 기위 날 보러 왔으니 어서 인사나 하고 가시오" 하며 너그럽게 용서해 주었다. 마음에 너그러움이 있기에 한 시대에 존경받는 재상으로 인격의 품위를 지킬 수 있었다고 본다. 너그러움이 있었기에 강자가 될 수 있었고, 또 강자이기에 너그러울 수 있다. 화합의 첫째 덕목은 너그러움이다. 역지사지의 심경으로 입장을 바꾸어 보아서 상대 처지를 헤아려 너그러움을 가지는 것이 화합 재주의 선결 요건이다.

코로나19를 지혜롭게 헤쳐나오면서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러 세계의 모범 사례로 칭송과 주목받고 있는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었다.

일찍이 소태산대종사는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그때 조선은 고기가 변하여 용이 되는 형국으로 장차 세계의 정신적 지도 국가가 된다고 예언한 바 있다. 정치 색깔도 이제 동서가 하나가 되는 시대적 흐름을 요청하고 있다.

화합하는 재주가 큰 재주라고 가르침을 주셨던 정산종사의 말씀이 이 시대에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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