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유력 대권주자 이낙연 불안 요소도
김 지사, 드루킹 넘으면 최대경쟁자될 것

명실상부 여권 최강의 대권주자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지만, 그의 앞날이 밝다고 볼 수만은 없다. 지난 4·15 총선 결과를 보는 이 전 총리의 심정은 복잡했을 거다. 호남은 여권이 압승을 거뒀으나 영남에선 6석에 그쳤다. 상관관계를 입증하긴 어렵지만 호남의 높은 사전투표율이 영남 보수층의 경쟁심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컸다. 2022년 대선도 똑같은 구도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이 전 총리는 당내 친문세력이라는 장벽에 더해, '호남 출신'이라는 약점 아닌 약점도 넘어야만 대통령을 바라볼 수 있다.

국민의당이 약진했던 2016년 총선을 제외하고, 늘 호남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아왔던 민주당이 정작 대선후보는 영남에서 찾고, 노무현과 문재인 두 영남 출신 대통령을 배출한 배경이 그렇다. 인구수만 봐도 영남 1300만 명, 호남 500만 명으로 거의 세 배 차이다. 이기진 못해도 최소한 영남에서 선전해야 대권에 다가갈 수 있다면, 불안한 호남 출신보다 영남 출신을 어떤 정당이든 선호할 수밖에 없다. 2017년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 5명 중 4명(문재인·홍준표·안철수·유승민)의 출신지가 괜히 영남이었던 게 아니다.

오해를 피하고자 말하면 영남 출신이 바람직하다는 게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노무현 이후 이명박-박근혜-문재인까지 내리 20년 간 영남이 정권을 독식한 건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대선에 나갈 만한 영남 출신 여권 인사로는 김부겸·김두관 의원을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정도가 있다. 이 중 유의미한 대선주자 지지율을 보이는 사람은 현재로선 박원순 시장뿐인데, 이낙연 전 총리 등과 격차가 상당해 존재감이 크진 않다. 김부겸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낙선해 타격을 입었고, 김두관 의원은 8년 만에 경남으로 돌아온 터라 운신의 폭이 좁다. 2022년 대선에 도전하면 2012년 경남지사 시절과 똑같이 '취임 2년 만에' 또 딴 생각을 하는 건데 유권자들이 좋게 볼 리 없다.

김경수 지사는 요즘 경남도정을 넘어 국가적 현안에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이슈화했을 뿐 아니라, 이 사안의 고비마다 정부·정치권 일각의 재정건전성 집착을 비판하고 고소득자 자발적 기부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논의의 진전을 이끌었다. 이런 행보가 과연 김 지사 개인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일까, 종종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노무현-문재인 뒤를 잇는 친노·친문 직계에 영남이라는 안전판까지 있으니, 대중의 지지만 어느 정도 있다면 여권이 '김경수 카드'를 일찍 버릴 일은 없다.

물론 김 지사의 대권 도전은 '드루킹 사건'(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 재판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만 가능하다. 1심 유죄에 이어 몇달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이는 2심 결과도 같다면 대권은커녕 정치생명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반대로 2심을 무죄로 뒤집는다면 김 지사는 이낙연 전 총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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