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어가면 다른 질환 의심
체중 감소·피로 증상 동반 시
당뇨·빈혈 등 만성질환일 수도

아침저녁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더니 어느샌가 전혀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 날이 지속하고 있다. 하기야 벌써 4월의 끝자락에 섰으니 그럴 만도 하다. 코로나19 때문인지 몰라도 봄을 제대로 느낄 새도 없이 생동의 계절을 건너뛴 느낌이다. 이젠, 낮이면 나른한 여름 기운을 느낄 정도로 계절의 변화가 피부에 와닿는다. 그래서인지 일을 하면서도 책을 읽으면서도 회의하는 중에도 꾸벅꾸벅 졸음이 쏟아진다. 춘곤증인가 싶다. 그런데 봄이 온 지 언제인데 아직도 춘곤증인가 싶긴 하다. 혹시 춘곤증 말고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병리과 강수민(사진) 과장을 만났다.

-4월 말인데 요즘도 춘곤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이 있나요? 왜 이런 증상이 생기는 거죠?

"춘곤증이 질병은 아니잖아요.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면서 3, 4월 계절의 변화에 우리 신체가 적응하는 과정이지요. 봄이 되면서 낮이 길어지잖아요. 그래서 수면 시간이 짧아져 그 때문에 피곤을 느끼게 되고요. 또 활동량이 늘면서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고요. 그리고 기온이 올라가니까 근육도 이완되고 하면서 나른함을 느끼는 거죠. 날이 따뜻해지면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니까 춘곤증을 겪기도 합니다. 비타민이나 무기질 같은 영양소가 부족해지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회의 때나 책을 읽을 때 더 심한 건 왜 그래요?

"아무래도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집중을 하면 피로도가 증가하지 않을까 싶네요."

-식사하고 나면 또 많이 졸리잖아요. 식곤증과 춘곤증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식사 후에는 우리 몸이 소화하기 위해 위장으로 혈류가 많이 흐르게 되잖아요. 그리되면 뇌로 가는 피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좀 노곤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요. 식사량을 좀 줄이는 게 좋겠습니다."

-낮에 졸음이 오는 증세 중에 기면증이란 것도 있다던데, 춘곤증과는 다른 건가요?

"기면증에 걸려 잠을 많이 잔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건 아니고요. 이건 수면 장애로 자가면역질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뇌세포에서는 히포크레틴(신체감각 조절에 도움을 주는 수면발작 관련 뇌단백질)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하는데, 그것을 분비하는 세포가 파괴되어 히포크레틴의 농도가 낮아짐으로써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대표적인 게 수면발작, 밤에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본인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갑자기 잠에 빠져버리는 경우가 있고요. 또 탈력발작이라고 있는데, 이게 뭐냐면 감정적으로 동요됐을 때 웃거나 화를 낼 때 순간적으로 무릎이 꺾인다거나 주저앉는다거나 몸에 힘이 빠지는 거예요."

-기면증은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나요?

"좀 전에 말씀드린 대표적인 증상을 바탕으로 수면 테스트를 합니다. 잠을 잘 때 렘수면(수면 단계 중 수차례 안구가 급속히 움직이는 것이 관찰되는 단계) 상태에서 어떤 변화가 있나를 보고 신경과 전문의 진단에 따라 치료하게 돼요. 기면증은 위험한 질환입니다. 왜냐면, 사고의 위험이 있으니까요. 운전할 때나 군사훈련, 위험한 작업을 할 때 갑자기 기면증으로 쓰러지면 사고가 날 수 있으니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그런 질환입니다. 하지만 이 질환이 흔하진 않아요."

-춘곤증을 막는 데 효과가 있는 음식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비타민D와 C가 충분한 음식을 권해요. 비타민D는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줌으로써 피로를 가시게 해주고요, 잡곡류나 견과류가 도움 되겠습니다. 비타민C는 면역도 올려주고 피로도 해소해주는 효과가 있고요, 요즘엔 봄나물이 좋겠죠. 제철 채소나 과일을 먹으면 좋겠죠."

-밤에 숙면을 취한다든지, 생활습관의 변화로 극복할 수도 있겠죠. 어떤 생활습관의 변화를 꾀하면 좋을까요?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하는 거예요. 낮잠을 오후 2시 이전에 좀 자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 길게 자면 안 되고 수면시간을 20분 이내로 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커피나 카페인 음료는 줄이는 게 좋고요, 먹더라도 오후 1시 이전에 마시는 게 좋습니다. 술과 담배도 수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담배는 각성 효과가 있어서 안 좋고요, 술은 수면을 유도하는 데엔 도움이 되지만 수면을 유지하는 데는 방해가 됩니다. 과격한 운동은 오히려 몸을 각성시키기 때문에 피하고 가벼운 운동을 하시라 권합니다. 그리고 야식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밤늦게 음식을 먹으면 소화시키느라 위장 쪽으로 혈류가 많이 흐르기 때문에 수면에 방해를 받겠죠. 반신욕을 한다든지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건 도움이 됩니다."

-운전하면서 졸면 큰일이죠. 운전 중 졸음이 심할 때 효과적인 자극 뭐 없을까요?

"차를 세워 잠을 자는 것 외엔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은데 창문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환기하는 방법과 껌이나 견과류를 씹으면 턱관절 운동으로 대뇌피질에 자극을 줄 수 있어 도움 됩니다."

-비만인 사람이 혹시 춘곤증을 더 느낄 수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그 이유가 궁금하네요.

"복부지방에서 피로물질을 유발하고요, 인슐린 작용도 억제되고, 혈액순환도 원활히 되지 않고,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뇌 혈액 공급이 방해받게 되어 피로도가 증가하게 됩니다. 복부 비만 때문에 장 쪽으로 압력이 가게 되잖아요, 그러면 소화하는 데에도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소화가 잘 안 되니까 우리 몸에서는 소화하려고 위장 쪽으로 혈액을 많이 보내야 하니 상대적으로 뇌 혈류량이 떨어져 나른하고 피곤한 증상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났음에도 졸림 현상이 지속하면 혹시 의심할 만한 질환은 어떤 게 있을까요?

"춘곤증일 경우 3주 정도 지나면 회복되는 건데 그죠? 한 달이 넘어가도 계속 졸리거나 피곤하면 다른 만성질환을 의심해야 하고요, 대표적으로 당뇨병, 갑상선 질환, 빈혈이 있을 때도 그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악성종양 암이 있을 때도 그런데, 이땐 다른 증상도 함께 봐야겠죠. 체중이 감소한다든지 입맛이 떨어진다든지. 중년 이후에는 갱년기 증후군에도 피로하고 그런 증상이 나타나고 우울증이 있어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피로하거나 낮에 잠 오는 증상이 한 달 넘으면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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