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국가사무 400건 지자체로
지방분권 완성의 꽃, 뿌리 내리길

"교통이 불편한 우리 동네, 도로를 새로 개설해 주세요." "우리 마을 하천은 비만 오면 불안합니다. 하천을 정비해 주세요."

지역의정 활동을 다니다 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지역민들의 요청이다. 주민생활에 밀접한 기반시설의 신·증설과 개선은 지역민이 가장 바라는 요구사항이고, 이러한 민원을 해결하고자 집행기관 공무원과 협의를 하다 보면 되돌아오는 많은 답변이 "재원이 부족해 국비사업으로 진행해야 한다" "권한이 없어 중앙부처에 지침 개정을 건의하겠다"이다. 담당공무원의 소극적 태도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지방자치가 처한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 76% 대 24%, 국가사무와 지방사무의 비율 67.7% 대 32.3%, 두 수치가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요한 재원과 권한은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고, 성숙한 지방자치의 완성을 위한 오랜 노력에도 아직 정치권이 풀지 못한 어려운 숙제이다. 하지만, 긴 기다림 끝에 해묵은 숙제의 실마리가 풀려가는 움직임이 보인다. 바로 '지방이양일괄법'의 시행이다.

경남도의회 <정책프리즘 Vol.5>에 따르면, 올해 1월 9일, 16년 만에 '지방이양일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16개 부처 소관 46개 법률 400개 사무에 대한 권한이 2021년 일시에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된다. 이번에 이관되는 사무는 2000~2012년까지 발굴되어 이양확정된 3101건 중 장기 미이양된 사무로 이후 발굴된 이양사무는 제2차, 제3차 지방이양이괄법의 제정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국가사무 지방이양의 목적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여건에 적합한 자치권 행사를 통해 지역주민에게 더욱 나은 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사무권한을 이양받은 지방자치단체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확대되는 사무 이양에 대응해 적정한 인력과 재정 이양방안 마련이 필수다. 그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민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야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반영해 이양사무가 원활히 연착륙하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늘어나는 이양사무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으로 집행하는 자치사무가 늘어나게 되고 자치사무의 증가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으로 집행되는 만큼 이에 대한 책임도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증가한 자치사무를 집행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역량강화와 이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라 한다. 물과 양분을 흡수해 식물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풀뿌리가 튼튼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흙부터 잘 채워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궁극적인 풀뿌리 민주주의 완성은 주민의 지역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확대하는 것이고, 이를 실현하려면 지방자치단체가 진정한 지방자치 시대에 걸맞은 권한과 재정을 가져야 한다. 건강하게 내리뻗은 뿌리처럼 성숙한 지방자치를 위한 제도가 자리 잡고, 머지않아 지방분권의 완성이라는 꽃을 피우게 될 날을 기다린다. 이번 지방이양일괄법의 시행을 계기로 지역주민의 의사가 지방정책에 올바로 반영되고, 골고루 잘사는 경상남도가 되는 초석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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