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직장인·주부 등 모여 독서토론
책 읽으며 깨달음·감회 묶어 책으로
자기 삶 속 독서가 지닌 의미도 담아

기분이 묘하다.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 옆에 있는 사람이 읽는 책을 들여다보는 느낌. 게다가 마치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그가 상상하는 것을 관찰하는 기분이랄까. 오랜만에 책을 아주 천천히 읽었다. 때로는 밑줄을 그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활자에 화살표를 쏘며 연필로 반론을 펴기도 했다.

맨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 <독서, 나를 깨부수는 망치>라는 제목이 가슴에 팍 와닿지 않았다. '책 읽는 게 자신을 망치는 망치라고?'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었다. 깨달음을 이야기하는 건가? 호기심은 일단 접어두고 책장을 넘겨 차례를 보았다. 안상헌 김혜란 민도식 박소현 양송 윤한나 이소연 이형준 정수란 하주은 홍순철 이렇게 열한 명이 줄을 서 있다. 대부분 각자 네 편씩의 글을 책에 담았다. 직장인, 주부, 강사, 시인, 교사, 작가, 경찰, 방송인 등 경남 도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독서모임을 만들어 각자 읽은 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것을 묶어 책으로 펴냈다. 그 과정이 재미있었을 것 같다.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다 보니 왜 독서를 망치에 비유했는지 알게 됐다. "익숙한 자기를 떠나 낯선 자기, 위험한 세계를 탐색하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독서다. (…) 니체의 말처럼 독서는 망치가 되고, 카프카의 표현처럼 책은 도끼여야 한다. 나를 부수지 못하는 독서가 어떻게 나를 귀환시킬 수 있겠는가?"(안상헌 '영웅에게 책읽기를 배우다' 35쪽)

이 책에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읽은 책의 내용으로 부연설명하는 글도 있지만, 독서를 통해 깨달은 것을 풀어내는 글도 있다. 글을 따라가며 행간을 걷다 보면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되기도 한다. 글쓴이가 인용한 글에 한참 머물 때가 있다. 그의 생각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란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우리는 혼자라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내 인생은 이 책들 안에 있어. 마야에게 말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 내 마음을 알 거야." (김혜란 '우리는 섬이 아니다' 54쪽)

이 문장을 읽는 중 지인에게서 선물 받은 책이 떠올랐다. 그는 그 책이 나와 잘 어울린다고 했다. 솔직히 선물 받은 기쁨보다는 숙제 받은 학생이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나중에 그 책을 통해 위안을 얻고 새로운 용기를 얻었으면서도…, 그땐 왜 진작 몰랐을까.

책을 통해 뭔가를 깨닫는다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다. <독서, 나를 깨부수는 망치>는 11인의 글쓴이가 책을 통해 깨닫는 과정을 그렸고 또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그들의 깨달음 과정을 관찰하면서 깨달음을 얻는 묘한 재미가 있다.

"난 뭔가를 찾고 있지만 그게 뭔지 잘 몰라요. 하지만 그것을 아는 건 분명히 내게 무척 중요해요. 그리고 내가 그걸 알아내면 모든 게 달라질 거예요."(서머싯 몸의 소설 <인생의 베일>) 글쓴이는 이 인용문을 제시하면서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는 괴테의 말처럼 답을 찾으려고 시도하는 순간부터 발을 헛디뎌 비틀거리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 사실 비틀거리는 것도 좀 더 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 때문이니 세상을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박소현 '흘러가는 강물처럼 인생의 베일을 벗기며' 109쪽)라고 했다.

▲ 북리뷰-〈독서, 나를 깨부수는 망치〉지식공동체 Meta 지음
▲ 북리뷰-〈독서, 나를 깨부수는 망치〉지식공동체 Meta 지음

이 문장에서 자신의 욕심 때문에 비극으로 치닫는 수많은 문학작품 속 주인공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현실 세계 뉴스 속의 많은 인물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또 어떠한가, 되돌아보게도 된다.

살면서 일탈을 꿈꾸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은 알게 모르게 강요받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기의 생각을 품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의 생각 대신 자기 생각을 가진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고독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외로움이란 바로 자신의 생각에 빠져들고 세상에 이미 알려진 상식적 삶에 질문을 퍼붓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본형의 <깊은 인생>) 글쓴이는 2년 전 을 회상하면서 이 글을 인용했다. "낮 동안 속이 상한 날이면 먹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고 잠이 들어 뒷날은 더더욱 일어나기가 싫었다. 그런 생활을 한참을 하다 보니 사람이 싫어졌다. 나는 없고 명함밖에 없었다. 그 명함 속의 인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선택한 그의 오늘 아침과 내일 아침은 어떠할까. "일에서 떠났다고 좋아진 건 별로 없다. 우선 돈이 끊겼고, 불안했던 대로 확신이 없어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내 선택에 후회해본 적은 없다. (…) 내가 선택했고 내가 즐거워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해피어>의 구절처럼 더 행복한 삶을 살아내는 중이다." (이소연 '살고 싶었다' 205쪽)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가치와 정열에 부합하는 목적을 선택하는 것이다." (탈 벤 샤하르 <해피어>)

북포스 펴냄. 328쪽.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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