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가 당장 세상을 바꾸지 못할 듯해도
너희의 미래를 스스로 통치하는 길이다

4월 15일은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개정 선거법에 따라 처음 선거권을 확보한 만 18세 청년들에게 큰 축하를 보낸다. 이제 비로소 의무에 걸맞은 권리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지방 선거 때 투표권이 없어 이번에 처음 선거권을 행사하는 1999년 6월 14일 이후 출생자들 역시 축하한다.

선거권이란 국가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최소한의 권리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18세가 되면 병역과 납세의 의무를 짐에도 불구하고 선거권은 없는 파행적인 나라였다. 의무는 있되 그 의무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참여할 수 없는. 1773년 보스턴 차 사건 때 새뮤얼 애덤스가 외쳤던 '대표 없이 과세 없다'던 색 바랜 주장도 이 땅에서는 공허한 이야기였다. 그러니 너희에게 주어진 선거권은 기성세대나 정치인들의 선물이 아니라 당연히 누려야 했던 때 늦은 권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 둔다.

이번 선거는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도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 의미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격론을 거듭했던 선거권 연령을 15년 만에 한 살 낮춘 첫 선거라는 관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최근 조사에 의하면 비록 29세까지의 응답이기는 하지만 너희들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낮은 투표 의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크다.

사보이아 공국의 철학자 조제프 드 메스트르는 '모든 국가는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라고 했고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스스로 통치하기를 거부할 때 그들이 받는 가장 큰 벌은 자기들보다 못한 자들의 통치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의 수준보다 낮은 정부'를 갖거나 '우리보다 못한 자들의 통치'를 받지 않기 위해서 너희들은 선거권을 어떻게 행사해야 할까?

시작은 선거에 참여하는 일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을 수 없다. 투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가장 원시적이지만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라 한다. 이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지 않으면 그들의 의사는 원천적으로 무시된다. 혹시 썩 마음에 드는 후보자가 없으면 덜 의심스러운 후보를 골라서라도 반드시 투표할 것을 권한다. 그래야 혹시 그가 당선되지 않더라도 당선자나 그가 속한 정당이 오만해지는 것을 견제할 수 있다. 이것이 투표의 진정한 의미다. 어떤 경우에도 네가 던진 한 표의 가치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일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미래는 너희들의 것이다. 세상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매일 조금씩 변하는 것도 아니다. 긴 시간 축적된 역량과 요구가 어떤 계기로 한순간 분출해 큰 변화를 일으키고 또다시 긴 정체기를 거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니 설령 이번 선거에서 어느 한 명에게 표를 던지는 것으로 당장 세상이 변하지 않을 듯 보여도 역량과 요구를 축적하는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 너희들의 의사를 반드시 나타내야 한다. 그것이 곧 너희들의 미래를 개척하는 일이고 '스스로 통치하는' 길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광고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진리다. 세상에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정해 둔 것이 있다. 선거권이 그중 하나다. 긴 시간 절름발이처럼 권리는 없이 의무만 강요당했던 그런 세상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격이 주어진 이번 선거에서 꼭 권리를 행사하기 바란다. 너희들이 피선거권까지 확보해 이 나라의 시민으로서 완전한 자격을 갖추는 그 날을 하루라도 앞당길 것을 기대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