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없는 가게들 마음 아픈 요즘
생존 담보해 줄 비빌 언덕 어디에

'사회적 거리 두기'로 텅 빈 거리를 보며 기시감을 느꼈다. 어릴 적 우리 집은 작은 슈퍼마켓을 했는데, 유난히 손님이 없던 날, 문밖으로 나갔을 때 보았던 텅 빈 거리와 똑같았다.

우리 집이 슈퍼마켓을 막 시작했을 때만 해도 골목상권이 살아있어 그래도 먹고살 만했다. 사람들은 골목 슈퍼마켓에서 우유도 사고, 담배도 사고, 친척 집에 선물할 오렌지주스 세트도 샀다. 그러나 내가 중학교 3학년이 될 즈음 큰길 건너편에 대형마트가 들어왔고, 손님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엄마는 우리 가게가 납품받는 참치통조림 가격보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참치통조림 가격이 더 싼 것을 확인한 뒤 얼마 있지 않아 가게를 정리했다.

엄마가 가게를 정리하며 또 다른 일을 알아보는 사이, 내가 슈퍼마켓을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심한 날은 한 시간이 가도록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는 때도 있었다. 가게 바깥으로 나가 길거리에도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이러다 정말 망하겠다'라는 불안감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자영업자의 딸로 십수 년을 살았던 탓인지, 손님 없는 가게를 보면 그렇게 마음이 쓰일 수가 없다. 반대로 손님들로 북적이는 가게를 보면 내가 그 집 딸이 된 것처럼 마냥 신이 난다. 요즘은 신날 일은 별로 없고, 마음이 쓰이는 일만 수두룩하다.

심지어 자영업자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도 가입해 사장님들 이야기를 내 이야기인 것처럼 읽곤 한다. 고정적으로 하던 일이 끊길 때마다, 업무량에 비해 받는 돈이 형편없다고 느낄 때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놀았다. 아픈 지점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정말 울고 싶네요'라는 글에 '이미 울고 있습니다'라는 댓글이 주루룩 달려 있었다.

자영업은 기다리는 일이 반이다. 거의 전부라 해도 좋을 것이다. 일출봉의 해처럼, 월출봉의 달처럼 환한 얼굴의 손님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하며, 자영업자는 하루를 버틴다. 하지만 당장 나만 해도 외식 대신 대부분 집에서 밥을 먹고, 당장 급한 것이 아니면 사러 나가지 않는다. 인생은 기다리는 게 일이라지만, 손님 없이 텅 빈 가게를 보는 것은 월급이 깎이는 것과는 또 다른 심정일 것이다.

프리랜서라 쓰고 특수고용노동자라 읽는 나, 그리고 자영업자 간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기본급이 없다는 것이다. 일하지 않으면 돈도 없다. 힘들 때 최소한의 생존을 담보해 줄 비빌 언덕, 조직이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은 누군가를 잡고 책임을 물을 수도 없기에 더욱 잔인하게 다가온다.

이제 더는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대유행 소용돌이 속에, 뉴노멀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몇 년 전부터 소상공인 자영업자 세계는 뉴노멀에 속해 있지 않았나?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에서 자유로운 자영업자는 몇 되지 않는다. 어디까지 기준을 낮춰야 하나.

자영업자는 스스로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하는 존재다. 여유로운 듯 이야기하지만, 프리랜서 역시 마찬가지다. 지면에 미처 다 쓸 수 없는 더 많은 직종이 스스로 물과 공기를 찾아 나서고 있다. 생존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긴급재난지원금,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더욱 촘촘하게 이루어지길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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