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예약·현장 번호표 배부도 순식간에 동나 '헛걸음'반복
소진공 직원들, 민원에 진땀…홀짝제·신용등급 잘 몰라 혼란

소상공인을 위한 1.5% 초저금리 긴급대출이 본격 시행된 1일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병목현상을 줄이고자 '홀짝제'를 도입했지만, 대출 신청 접수를 하려고 새벽부터 줄을 서서 대기해야 했으며 상당수는 번호표 구경도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방문·온라인 접수에도…상당수 '헛걸음' =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 직접대출이 일주일간 시범운영을 거쳐 이날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저신용 소상공인에게 1000만 원을 늦어도 5일 안에 대출해 주는 제도다. 보증이 필요 없고 기존 매출 하락 정도나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대출해 준다. 제출 서류도 대폭 간소화했다.

정부는 줄 서기 방지를 위해 지난달 27일 온라인 사전예약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새벽부터 나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불편은 여전했다.

이날 오전 소상공인진흥공단 창원센터에서 만난 김모(46) 씨는 대출을 받고자 새벽 3시 30분부터 줄을 서 번호표 14번을 받았다.

김 씨는 "이전에 몇 번 왔었는데, 번번이 접수를 못 하고 돌아섰다"며 "새벽에 도착하니 이미 몇 명이 대기 중이었다. 새벽 1시부터 사람이 하나 둘 오기 시작했다더라"라고 말했다.

이날 창원센터는 방문접수 30명, 온라인 예약 30명 모두 60명을 받았다. 직접대출 상담이 1명당 1시간가량 소요돼 1일 처리 건수가 50~60건에 그치고 있다.

이미 오전 8시에 방문 접수가 끝나다 보니, 이후에 센터를 찾은 상당수 소상공인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특히 방문이 여의치 않은 소상공인들은 망연자실했다.

천연화장품을 파는 김모(40·진해구) 씨는 "온라인 예약은 1분도 안 돼 마감된다. 온라인 예약을 몇 번이나 시도하다가 그냥 포기했다"며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새벽부터 나올 수도 없다. 오늘 긴급 돌봄으로 아이들을 맡겨서 겨우 오전에 나왔는데, 새벽부터 줄 서야 한다니 막막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고령의 소상공인들은 온라인 예약을 하지 못해 막막해 했다.

찻집을 운영하는 김모(63·김해) 씨는 "우리같이 나이 있는 사람들은 온라인 예약은 엄두도 못 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긴급대출을 받기 위해 소상공인진흥공단 창원센터를 찾은 한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 긴급대출을 받기 위해 소상공인진흥공단 창원센터를 찾은 한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홀짝제·신용등급 몰라 '혼란' = 이날부터 대출신청에 생년 '홀짝제'도 도입됐다.

'홀짝제'는 출생연도 홀수인 사람은 홀수날에, 짝수인 사람은 짝수날에 대출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자금이 급한 이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심사가 늦어지는 '병목현상'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센터 직원들은 소상공인들에게 긴급대출 안내와 함께 '홀짝제'를 설명하는 일을 반복했다. 어렵사리 인터넷 접수에 성공한 소상공인도 돌아서야 했다. 인터넷 접수 다음날에 상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 신청을 위해선 신용등급을 확인해야 하는데, 자신의 신용등급을 잘못 알고 센터를 찾은 소상공인도 있었다.

센터 직원들은 제도 설명과 함께 밀려드는 업무를 처리하고, 민원을 제기하는 소상공인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소진공 창원센터 관계자는 "센터 자체 인력으로 원활한 대출 업무를 처리하기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며 "매일 밤 10시까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민원을 최대한 줄이고자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도 초저금리 대출 시작…대체로 '한산' = 시중은행도 이날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에게 초저금리 대출을 시작했다. 시중은행은 신용등급이 1∼3등급인 고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다.

지역 은행 창구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소상공인들이 대거 몰린 소진공과 달리 은행을 찾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전에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진행되다 보니, 정작 제도 시행 첫날에는 영업점을 찾은 이들이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미 지역신용보증재단을 신청해놓고 기다리는 소상공인들도 많은 점도 한몫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전날(31일)까지 전화 문의나 영업점을 찾은 고객이 많았으나 오늘 오전에는 많지 않았다"고 했다. 경남은행 관계자도 "제도 시행 첫날이고 홍보가 아무래도 덜 된 상태라 문의나 방문 신청이 생각보다 덜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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