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성큼 빠르게 봄은 오고 있지만, 이 아름다운 봄에 웬 변고인가.

이 무렵이면 으레 여기저기서 예쁜 꽃 방울을 터트리는 봄을 찾아 토요일에는 가까운 곳으로 나서곤 하는데, 지금은 초봄의 산과 들을 멀끔히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코로나19 감염증의 공포에 짓눌려 힘들었던 시간이 하루하루 더해지면서 이제 공포만큼이나 무료 때문에 활동하기가 힘들다. 하필 긴 겨울을 넘기고 맞은 봄. 좁은 동선 안에서의 갑갑한 생활에 모두 지쳐가는 듯하다.

전 세계로 맹렬하게 확산 중인 코로나19가 하루아침에 종식되지는 않을 것이고 종식된다 해도 다른 나라의 감염 확산이 계속 이어져 재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동안 외부활동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모든 일이 예전처럼 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모두 안타까움 속에서 숨죽이며 외출마저 자제하는 사이에 봄이 어디쯤 있는가에 대해 목격담을 전하고 싶어 장유3동 행정복지센터 위쪽에 있는 공기 좋은 반룡산에 올랐다.

이렇게라도 해야 움츠렸던 어깨를 펴며, 가슴도 조금이나마 열 수 있을 것 같다.

한결 차림새가 가벼워진 몇몇 등산객들도 마스크 때문에 표정은 알 수 없으나 겨우내 굳었던 몸을 펴며 발걸음도 가볍고 경쾌하게 걷는다.

학교 화단에는 봄꽃이 경쟁이라도 하듯 활짝 피어나 솔솔 부는 바람결에 향기를 실어 보낸다. 메마른 가지 사이로 핀 새하얀 목련꽃도 아이들이 없어도 아이들을 반기는 양 봄기운을 뿜는다.

어디 봄이 꽃으로만 오는가. 활엽수들은 무채색 가지의 껍질만으로 연둣빛 생명의 기운을 잔뜩 빨아들이며 앙증맞은 잎사귀를 밀어내느라 분주하다.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 봄은 우리 곁에 와있다. 하지만 우리 가슴속의 봄은 멀기만 하다.

코로나19로 경제위기의 한파가 파도처럼 덮쳐오고 영세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정치는 실종되고, 단절된 남북관계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불황의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우리의 일상을 압박하고 있으며, 과거로 뒷걸음치는 세상은 불안하고 삶은 우리를 짓누른다. 가장들은 실직의 두려움에 떨고 아내들은 한 끼의 끼니를 걱정한다. 언제쯤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상생활이 시작될 수 있을지….

본격적인 고통이 시작될 것이라는 불길한 꼬리를 문다. 그렇다고 우리는 현재를 외면해서도 희망을 버려서도 아니 된다. 불통에서 소통으로, 불신에서 믿음으로 이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기다려야 한다.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생명 빛 넘치는 봄을 기다려보자. 어지러운 세상을 핑계 삼아 우리의 봄을 유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겨울이 아무리 깊어도 기어이 봄은 우리 곁에 찾아오듯 힘들어하는 이웃에게 응원의 한마디가 이웃과 공동체를 온전히 보존해 내는 길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전직 간호사였지만 현재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정주부임에도 불구하고 자원하여 대구지역에 가서 환자를 돌보는 분들, 곳곳에서 기부의 물결들이 일어나는 것을 볼 때 가슴이 따듯해지며 봄기운을 느낀다.

어려운 시기 마스크와 손 씻기, 알맞은 운동과 균형 잡힌 식생활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봄을 기다리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