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사촌 동생을 오랜만에 만났다. 도시에서 태어나서 도시에서 계속 자란 요즘 젊은 세대의 생각이 궁금해서 '농촌'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지 물어봤다.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또 다른 생각은 없냐고 물어봤더니 별 관심 없다며 자리를 피했다. 도시 사람 중에 농촌에 관심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9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도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농업의 중요성은 2011년 73.1%에서 2019년 54.5%로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농업을 단순히 경제적 관점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농업은 식량을 공급하는 기능 외에도 환경보전, 농촌경관 제공, 전통문화 유지 계승, 식량 안보 등의 다원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다원적 기능 중 하나로 최근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농업이란 농업활동을 통해 장애인·고령자·귀농귀촌인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재활·교육·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농업실천이다.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사회적 농업이 진행되었는데 사회적 협동조합을 활성화한 이탈리아와 돌봄농장 체제를 도입한 네덜란드가 대표적이다. 이탈리아는 1990년대부터 농촌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어 장애인·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영농활동을 수행하기 시작하여 현재 1400여 개의 사회적 농장이 있다. 네덜란드에서도 보건복지 분야 제도의 혁신과 더불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농장이 급증해 2018년 기준으로 1100여 개에 달하며, 2만여 명이 돌봄농업 서비스를 이용한다.

사회적 농업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일자리 제공, 둘째는 돌봄 서비스 제공, 셋째는 교육 서비스다. 사회적 농업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농업의 기본적인 역할을 벗어나서 다양한 분야와 접목하여 여러 가지 역할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점점 줄고 나이는 많아져서 갈수록 축소되는 농촌경제가 과연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이 될 수도 있다. 사회적 농업이 제대로 안착되기 위해서 우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법률이나 정책을 수립할 때 농업뿐 아니라 보건복지, 교육, 고용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통하여 다양한 관점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회적 농업 부문에 투입되는 예산이 실제적으로 참여하는 농업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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