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거리두기 넘어 심리적 방역 필요
불안·혐오 지양하고 공감·포용력 키워야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일반인이 불안과 우울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를 코로나와 우울증을 뜻하는 블루(blue)를 합쳐 '코로나 블루'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블루는 초기에 우울·불안이 주된 증상이었지만, 이제는 분노·탈진 등으로 인하여 마음이 지치는 증상으로 변해가는 양상입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늘고 예방 수단으로 권고한 마스크를 구할 수 없고 자가 격리 수칙을 어기는 이들의 소식을 접해 감정 소모가 커지며, 실제적인 경제적 손실과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점점 마음이 지쳐가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대중적 불안 심리는 타인 또는 타 집단에 투사되기 쉬워 특정 집단을 비난하거나 확진자를 혐오·기피·비난하기 쉽습니다.

또한 장기간 관계 단절 및 격리, 지역봉쇄 등에 따른 상실감, 공허감이 생채기처럼 남게 됩니다. 이제는 코로나19에 대한 물리적 방역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심리적 고통을 줄이고, 코로나19로부터 회복되고 나서의 우리 공동체로서 유대감을 회복하기 위하여 심리적 방역에도 관심을 둬야 할 시점으로 보입니다.

첫째, 심리적 방역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인간의 정신적 회복력을 믿는 것입니다. 즉, 우선은 잘 버티는 것이 중요하고 지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신적 회복력의 시발점이 됩니다. 우리나라처럼 숱한 위기들을 많이 겪었음에도 이를 슬기롭고 인내심 있게 회복한 나라를 보기 힘들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런 회복력과 서로를 보듬어주고 끌어줄 공동체 의식이 있습니다.

둘째, 불안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지인들과 전화 통화나 메신저 등의 통신수단으로 소통하면서 불안한 감정 경험을 공유하고 정서적 지지를 받는 것도 심리적 방역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특히나 여러 가지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두고 연락해주세요. 그분들은 이런 상황에서 더욱더 불안하고 고립감을 느낍니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서로에게 표현해주세요.

셋째, 불확실한 정보는 오히려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중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어렵게 합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집중하고 뉴스 등은 시간을 정해놓고 보면서 반복적으로 확인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활동의 제한으로 평소와 달리 생활 리듬이 흐트러지기 쉽습니다.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고, 규칙적인 가벼운 운동으로 활력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특히,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고 깨는 것이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다섯째,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부모님은 코로나19 확진자 등 타인을 향한 혐오나 편견이 담긴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다른 이들을 향한 혐오나 비난의 말을 들은 아이들은 더욱 불안해하고 훗날 성인이 되어서도 다른 이들을 향해 분노를 키우는 등 사회성 발달에도 좋지 않습니다.

심리적 방역을 위해서는 신체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동시에 심리적으로는 더욱더 가까워져야 합니다. 고통과 불안을 이겨나가는 가장 좋은 심리적 방역은 사회적으로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이 상황을 함께 이겨낼 수 있고, 서로 포용 안에서 다시 기쁘게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모두 너무 훌륭하게 잘하고 있습니다. 모두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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