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지자체 한 선거구 도내 2곳
넓고 생활권 달라 후보 어려움
유권자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

"넓어도 너무 넓어요.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 많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농번기까지 겹치니 어떻게 유권자들을 만날지 난감합니다."

경남 지역에서 4곳 지자체가 한 선거구로 묶인 산청·함양·거창·합천과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은 넓은 지역구와 코로나19 사태로 어떻게 선거운동을 해야 할지 난감한 실정이다. 생활권이 각기 다른 데다 교통사정 또한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 선거구의 면적은 각각 3306.91㎢와 2230.96㎢로 경상남도 면적 1만 539.77㎢의 31%와 21%를 차지해 면적으로 보면 경남의 절반이 넘는 거대 지역구다. 605.4㎢에서 49명을 뽑는 서울시에 비해 약 5.5배와 3.6배 넓은 지역에서 국회의원 1명씩을 뽑는다.

산청·함양·거창·합천은 인구 18만 8385명으로 4개 군 지역 51개 읍면에서, 밀양·의령·함안·창녕은 인구 27만 7358명으로 1개 시 3개 군 지역 53개 읍면동에서 총선이 치러진다. 특히 이곳 선거구 지자체 중 합천, 거창, 밀양 지역은 지리적으로 대구시와 인접해 있어 경남 1번 확진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33명의 코로나19 감염환자가 발생했다. 사람 모이는 것 자체가 힘든 현실이다.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에 첫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서필상 후보는 "4개 지역 읍 중심지에서 출근 인사와 퇴근 인사를 하며 유권자를 만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소소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비대면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지역구 통합당 강석진 후보 역시 수십 킬로미터나 떨어진 지역을 오가며 연일 힘든 일정을 소화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래도 당조직이 있어 정치 신인과 무소속보다는 여건이 좋다는 평가다.

군소정당 후보들과 무소속 후보들도 넓은 지역구 때문에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다. 산청·함양·거창·합천 무소속 김태호 후보 캠프에서는 "하루 두 개 지역 이상을 돌며 강행군을 벌이는 한편, SNS와 인맥을 활용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밀양·의령·함안·창녕 민주당 조성환 후보는 밀양에서 의령까지 자전거를 타고 지역 구석구석 유권자들 표심을 얻을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조용한 선거'를 하고 넓은 지역구를 다니고자 '자전거 선거'를 하는 '착한 선거'를 표방하고 나섰다. 그는 "이번 선거는 코로나19로 지역주민들과 함께 고통과 아픔을 나누는 데 동참하는 의미에서 '조용한' 선거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며 '안전하고 조용하고 아끼는 선거'로 걷고 뛰고 달리는 선거로 유권자들 표심을 사로잡겠다고 밝혔다. 또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하는 대신 선거사무소에서 소규모 간담회를 열어 비전과 공약을 설명할 계획이다.

미래통합당 조해진 후보는 SNS를 활용해 4개 지역을 돌며 인사하는 모습을 담아 매일 사진으로 올리고 있다. 요즘 대세인 트로트 음악을 배경으로 자신의 공약과 경력 등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올려놓고, 코로나19 예방수칙을 담은 홍보물을 소개하기도 한다. 조 후보 측은 "후보와 2∼3명이 소규모로 지역 구석구석을 직접 다니면서 공약 내용이나 지역 발전 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을 두고 답답한 것은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총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넓은 지역구와 코로나19 사태, 농번기가 겹치며 후보자 얼굴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선거운동 동영상을 올리거나 페이스북, 밴드 등에 후보자의 활동 내용을 올리는 SNS 비대면 선거운동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고령층이 많은 농촌사회에는 그저 막막한 선거운동일 수밖에 없다.

합천군 가야면에 사는 김 모(56) 씨는 "언론을 통해 출마자를 접할 수 있었지만 후보자 면면을 살피는 데는 극히 제한적인 정보였다"며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사용하기 어려운 어르신 세대에서는 정말 깜깜이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 선거에서 가정마다 배달되는 홍보물 외에도 코로나19 때문에 친숙해진 안전 안내문자처럼 선관위에서 기본적인 후보자 정보 등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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