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연극을 보면 대형무대와는 다른 감흥을 맛볼 수 있다. 배우들의 거친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축구 전용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경기를 보면 종합운동장 경기보다 훨씬 몰입도 높은 관전을 할 수 있다. 선수들 간 콜 사인은 물론, 지도자의 지휘 내용도 쏙쏙 귀에 들어온다. 선수들 움직임도 훨씬 잘 보인다. 종합운동장은 축구 경기장 바깥으로 육상트랙이 설치돼 있어 관중석은 그만큼 뒤로 밀려 있지만 축구 전용 경기장은 직사각형 경기장에 바짝 붙여 관중석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국내 축구 전용 경기장 중 경기 몰입도를 높여주는 곳은 어디일까?

▲ DGB대구은행파크 전경.  /프로축구연맹
▲ DGB대구은행파크 전경. /프로축구연맹

◇대구(DGB대구은행파크)-성적과 인기를 모두 잡은 '대팍 신드롬'의 주인공

지난해 K리그 최대 흥행작을 꼽으라면 강원FC 김병수 감독이 보여준 '병수볼'과 대구FC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가 빠질 수 없다. 대구 시민운동장 주 경기장을 리모델링해 탄생한 이곳은 총 좌석 수 1만 2400여 석으로 국내에서 가장 작은 축구 전용구장이다. 팬들에게는 '대팍'이라는 애칭으로 자주 불린다. 편리한 교통과 동선, 경기장 내 다양한 먹거리, 무엇보다 그라운드의 열기가 생생히 전해지는 관중석까지. 지난해 경기장 개장과 동시에 여러 차례 티켓이 매진됐던 인기에 걸맞게 대구는 K리그1 12개 팀 가운데 5위를 기록하며 성적과 인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특히 '대팍'에는 조광래 대구FC 사장의 축구 철학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규모 시설을 운영하는 비용을 시설 임대료로 충족할 수 있게 한 설계와 지붕 설치가 좋은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전경.  /프로축구연맹
▲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전경. /프로축구연맹

◇인천(인천축구전용경기장)-선수들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곳

창단 이후 인천 문학경기장을 홈으로 써온 인천유나이티드는 지난 2012시즌부터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둥지를 옮겼다. 숭의운동장 도시재생사업으로 탄생해 '숭의 아레나'로도 불리는 이곳은 약 2만 석 규모다. 무엇보다 그라운드와 관중석이 아주 가까운 것으로 유명하다. 거리가 가까운 만큼 팬들의 열기가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까닭인지 인천은 2013년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시·도민구단 중 유일하게 한 번도 강등되지 않았다. 특히 2016년 인천이 마지막 홈경기에서 1부리그 잔류를 확정 짓자 관중들이 한꺼번에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선수들과 뒤엉켜 기쁨을 맞이했던 소동도 있었다. 이후 관중 난입에 대한 제재금이 부과됐지만,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기에 가능했던 해프닝이다.

이 구장만의 매우 독특한 구조는 원정 응원석에만 지붕이 없다는 점이다. 원정 응원단이 아무리 외쳐도 함성은 허공으로 날아가버리지만 나머지 3개 면에서 외치는 홈구장 팬들의 응원 함성은 지붕에 반사되면서 전체 운동장에 메아리친다. 창원축구센터에 지붕을 설치한다면 참고할 수도 있어보인다.

▲ 전남 광양축구전용구장 전경.  /프로축구연맹
▲ 전남 광양축구전용구장 전경. /프로축구연맹

◇전남(광양축구전용구장)-전남의 역사를 함께 써가는 곳

전남드래곤즈가 창단 때부터 써오고 있는 광양축구전용구장은 1993년에 준공된 대한민국 2호 축구 전용구장이다. 국내 최초 축구 전용구장인 포항스틸야드와 같이 모기업 포스코에서 지은 곳인 만큼 두 경기장은 많은 점이 닮았다. 특히 중소도시에 이상적인 경기장으로 불리고 있다. 총 좌석 수가 약 1만 3000석으로 작은 편인 이곳은 15만 명이 조금 넘는 광양 인구에 어울리며, 전남의 홈경기 날은 지역 축제의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또한, 축구 전용구장답게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가 가까워 경기에 몰입하기도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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