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욕심만 채운 행동이 부른 코로나19
이제라도 생명 경시한 지난날 돌아봐야

시간이 가면 갈수록 답답함이 더해진다. 자꾸만 피곤해진다. 움직일 때마다 정신과 몸이 지쳐 힘들다. 단지 얼굴에 마스크 쓰고 지내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이 쌓여간다. 집에 틀어박혀 있는 시간에는 책을 꺼내 읽어보지만 집중하기가 쉽진 않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이 이렇게나 어렵고 힘든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탓이다.

눈이 침침해져 책 읽기가 힘들어지면 TV를 켠다. 스포츠 채널은 거의 두 달 가까이 같은 화면을 반복해 내보내고 있다. 웃음과 눈물, 감동까지 선사하며 한동안 경쟁하듯 펼쳐졌던 '트로트 전쟁'도 이젠 막을 내렸다. 어디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을까? 이리저리 채널 돌리며 찾아보는데 화면 가득 시원한 바다가 펼쳐지는 프로그램이 있다. 한참 동안 시선을 고정해 지켜보았다. 연예인들이 배 위에서 낚싯대 드리우고 물고기 낚는 프로그램이다. 제일 큰 놈 잡기 대회인 모양이다. 최고 어종에 제일 큰 것, 긴 물고기만 찾는다. 형님 동생들끼리 주고받는 말장난도 가관이다. 어떨 땐 잡은 물고기를 양손에 치켜들고 개선장군처럼 포효하기도 한다. 마무리는 어김없이 '먹방'으로 이어진다. 전국에 낚시 열풍 불러일으켜 어부 숫자보다 낚시꾼 숫자를 더 많아지게 만든 인기(?) 프로그램이란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으니 살짝 눈살이 찌푸려진다. 아무리 봐도 생명을 단순한 놀이, '먹방', 스포츠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서다. 다 받아주는 바다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생각할 시간 가져 보는 것도 좋겠다.

정글에 들어가 생존 게임 펼치는 다른 프로그램도 언짢기는 마찬가지다. 인기 연예인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숙소 주변 야생동물을 보이는 대로 잡아들인다. 그저 못 잡아서 안달일 뿐인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마치 먹을 것 찾아 온종일 돌아다니는 원시인들처럼 야생을 향해 돌진한다. 수백만 년 동안 그곳에 터 잡고 살아온 야생동물들 처지에선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당연히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글로벌 위험이라는 것은 운명처럼 우리에게 닥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손과 머리의 합작품이며, 기술 지식과 경제적 이익 계산의 결합에서 나온다." <글로벌 위험사회>에서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했던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에게 닥친 글로벌 위험은 이렇게 찾아왔다. '인간의 손과 머리의 합작품', '기술 지식과 경제적 이익 계산의 결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바로 코로나19였던 것이다.

이제라도 먼저 바이러스 앞에서 반성과 성찰의 자세부터 가져야 한다. 생명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깨달아야 한다. "좀 더 큰 것, 화려한 것만을 찾아다녔던 행동 반성합니다. 좀 더 많은 돈과 권력 추구하며 생명을 경시했던 지난날 잘못 성찰합니다. 더 맛있는 음식, 더 좋고 편리한 집, 더 밝고 화려한 생활을 쫓으며 환경을 훼손해 온 지난 세월 반성합니다. 더 높이 날고, 더 빨리 다다르고자 했던 생활 습관 고쳐나가겠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바이러스만 미워할 게 아니라, 정치하는 사람들만 욕할 게 아니라,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자동차와 비행기는 덜 타고, 탄소 배출량은 최대한 줄이며,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해 나가는 데 모두 동참해 나가야 한다. 성찰과 반성이 없으면 또 다른 바이러스는 언제든 창궐할 수 있단 사실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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