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별 유인물 꼼꼼하게 비교
정책 가중치 매겨 투표장 향해

거제에 사는 이정훈(36·사진) 씨는 지역 한 대형 조선사에 다닌다. 그는 요샛말로 정치에는 관심이 '1도 없는' 사람이다. 사실 정치라면 진절머리를 낸다.

"TV를 보다가 정치 관련 뉴스가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립니다. 신문을 보다가도 국회나 정당 이야기가 나오면 곧바로 페이지를 넘기죠."

그에게 정치란 이렇듯 '영혼 없는' 대상이다. 미래를 위한 담론보단 헐뜯기·흑색선전·다툼이 난무하는 탓에 시간 아까운 존재라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현실 정치와 아예 담을 쌓은 건 아니다. 선거철이면 발길이 투표소로 향한다고 했다. 자신을 위한 1표를 던지기 위해서다.

"투표 때 내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공약이 빼곡히 적힌 공식 유인물입니다. 후보별 공약을 꼼꼼히 읽어보고 내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것들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칩니다."

이런 식으로 후보별로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공약이 몇 개나 있는지 비교해 해당 후보 유인물만 따로 모은다고 했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땐 가장 필요한 순서로 정책별 가중치를 둬 최종 후보를 정한다. 그만의 판단 기준인 셈이다.

이 때문에 그의 정치색은 뚜렷하지 않다. 취업을 앞둔 시기엔 청년 일자리와 관련한 정책을 내건 후보에게 마음이 쏠렸다. 취직을 하고 나서는 회사가 잘돼야 내가 잘된다는 마음으로 기업 중심 공약에 점수를 후하게 줬다. 지금은 교육과 육아 정책만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그는 정치에 냉소적이면서도 "어느 날 길을 지나가다 내가 바랐던 버스 노선이 생기거나 아이 양육 수당이 늘어났을 때 내 삶을 나 스스로 살만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진다"고 했다.

새로운 국회를 향한 그의 바람은 간단명료하다. 후보마다 내세우는 공약이 헛구호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밝혀달라는 요구다.

이 씨는 "지역 경제를 쌍끌이하던 조선소는 불경기를 맞았고, 최근엔 코로나19로 방문객 발길도 뜸해졌다"며 "내가 바라는 한 가지는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질 때 내건 약속이 진실임을 증명해줬으면 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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