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이 낸 책 〈양파집〉 (김영화 외 5명 지음)
경남 젊은 시인 공동출판
개인주의 세태 속 돋보여

의령 출신 김영화, 창원 출신 박해숙, 함안 출신 이영자, 고성 출신 차수민, 함안 출신 최영순, 그리고 진주 출신 하순이 시인, 이렇게 6명의 젊은 시인이 양파처럼 시어들이 첩첩이 뭉쳐있을 것만 같은 시집을 펴냈다. 이들은 경남대 평생교육원 시 창작 강좌에서 오랫동안 함께 습작해온 도반이라고 한다.

백석대 석좌교수인 김재홍 문학평론가는 "홀로 가는 세상에서 6명이 함께 손을 잡고 마음을 모아 펴내는 공동시집이 그래서 더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또 박태일 시인은 "모름지기 이들은 경남 시문학 사회에 어떤 울림을 마련할 수 있을까"라며 6명의 시인이 표현한 특징을 한마디로 뽑아 소개했다. "김영화 시가 보여주는 추억의 너비와 깊이, 박해숙의 예각적인 슬픔의 변주, 이영자 운동시의 즐거운 풍광, 차수민의 섬세한 성장기, 최영순 시가 견디는 여성성의 무게, 하순이의 청소년시가 지닌 울림은 거듭 부름켜를 더하고 줄기를 벋을 것이다."

이들 6인의 시인이 그려낸 시 세계 속으로 한 걸음씩 징검다리 건너듯 짚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김영화 시인. "딸기는 제 어머니 옹이 마디에 줄기 줄기로 갈라져 당도한 선물입니다 어머니 날 낳아 멍든 가슴 제 자슥 얻어 짐작하는 속내지요 너무 멀리 와버렸습니다 곁눈 훑는 뭇 시선 저릿하지만 새파란 피톨 밀어 올려 맺은 봄은 달큼합니다"('정암교의 봄' 일부).

박해숙 시인. "내 고향 꽃피던 동네는/ 날마다/ 일신아파트나 STX아파트가 자란다/ 무릉산 작대산은/ 건물 사이사이로 흐르는데/ 땡볕에/ 허리춤이 타던 밭은/ 고무신에/ 고동 줍던 시냇물/ 물 주전자 막걸리 주전자 나르던 어덕은/ 어디쯤이었는지"('배낭골' 일부)

이영자 시인. "오른쪽 무릎에서/ 마른 양파 껍질 소리// 힘 겨루다 보낸 오십/ 밀어내도 오는 육십// 한 방엔 바스락거리는 내가/. 건넌방엔 나가는 길 잃은 남편이"('양파집' 전문).

차수민 시인. "동네 큰 길 아래/ 얼굴 멍든 판돌이 엄마/ 바깥양반 술만 먹으면/ 발로 차고 주먹 쳐서/ 성한 세간 성한 식구 없어/ 세 살 형식이 다섯 살 판돌이/ 큰아버지 집에 숨기고/ 이리저리 쫓기다"('판돌이 엄마' 일부).

최영순 시인. "군북에서/ 맞선 한번 보고 시집가// 수박 농사에/ 모시고 살아도/ 미운 소리 내지 않고/ 물이 좋아/ 좋다고만 하던 홍숙이// 남편이 첫사랑한테 가고 없어도/ 묵묵히 시부모님 제사 지내다/ 화상 입은 몸/ 화장할 수 없다며/ 임 따라갔던 개여울/ 오십에 꽃상여 길 되어// 시부모님 계신 선산에/ 눌 자리 하나 겨우 마련했다"('하얗게 착해서' 일부)

하순이 시인.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은행나무도 잎을 떨구어/ 빙그르르 움쑥/ 품을 벌린 연못 팔레트// 규혁이는 학교 결석하고/ 꽁꽁 언 수면 위로 얇게/ 물수제비 타다닥 뜯으면/ 구름이 돈다 엄마 얼굴도"('그날 이야기' 일부). 시학 펴냄. 235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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