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훈

◇김성훈(39) 씨는 = 8년간 독일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9월 한국에 온 작가다. 창원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뉘른베르크 쿤스트아카데미 회화과에서 공부했다. 뉘른베르크는 바이에른주에서 뮌헨 다음으로 큰 도시다.

그는 "한국이든 독일이든 예술로 먹고사는 건 힘들지만 예술가에 대한 인식은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전시하거나 볼 수 있는 공간이 많다 보니 그림을 보고 즐기는 사람이 많다. 관객이 갤러리를 방문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의 가격을 물어보고 작품을 사는 게 자연스럽다. 또 예술가와 작품세계를 그대로 인정한다. 김 작가는 "한국은 어떤 기준인지 모르겠지만 '맞고 아니고'에 대한 선이 있다"며 "독일은 작가와 자신의 생각이 달라도 수용하고 비판하기에 앞서 좋은 점을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예술가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더불어 독일에는 예술인 사회보험제도가 있다. 예술인은 사회보험 보험료의 50%만 부담하면 연금·의료보험, 요양보호 서비스를 받는다. 김 작가는 "독일은 학생 때부터 전시하거나 작품을 판다. 그래서 해마다 팔린 내역, 작가활동 이력을 모아 졸업하면 '예술인 사회보험'에 가입한다. 보험료가 저렴하고 사회보장 혜택을 받기 때문에 학교 다니면서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 신세라

◇신세라(30) 씨는 = 아트매니지먼트 이랑의 음악감독 겸 피아니스트다. 인제대 음악학과에서 공부하고 이탈리아 파르마 국립음악원 음악코치·피아노·가곡반주과 최고음악교육 과정을 졸업했다. 약 6년간 파르마에 머물렀다. 이곳은 피렌체에서 밀라노로 가는 중간쯤에 있는 도시다. 신 음악감독은 "이탈리아는 학생 때부터 우리나라보다 연주기회가 많고 또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 예술가로서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유학 시절 인상적인 경험을 꺼냈다. "우리나라는 소음 때문에 집에서 피아노 연습을 하기 어렵다. 근데 이탈리아에서는 종일 연주해도 '시끄럽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고 되레 '듣기 좋다'고 말해준다. 또 화장품 가게 종업원에게 '성악가'라고 했더니 관심을 보이며 화장품을 그냥 주겠다고 했다.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고 음악가라고 하면 좋아해 준다."

이탈리아는 예술인 사회보험제도는 비정규직 공연예술분야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다. 예술인을 고용하는 회사는 사회보장연금관리공단(INPS)에서 '예술인 사용 가능 증명서'를 발급받고 공연예술 부문 종사자를 보호해야 한다. 회사가 신청서를 내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신 음악감독은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내가 무얼 하는 사람인지 프리랜서인지, 예술가인지 선의 경계가 없는 거 같았다"며 "앞으로 재난상황에 대비해 '예술가'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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