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21대 총선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면서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이번 선거 환경은 유권자나 출마자 모두에게 그 어느 때보다 열악하다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다 유권자의 무관심과 개정된 선거법 허점을 틈타 거대 정당들이 벌인 꼼수와 기만도 선거판을 오염시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유권자들이 사회활동을 크게 줄이면서 그동안 출마 예비후보자들은 대면 선거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는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과 정치 신인에게 불리한 환경을 낳는 악순환을 빚었다. 특히 이번 선거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선거법을 악용하여 각각 비례정당을 창당하면서 선거 환경이 크게 왜곡되었다. 두 정당이 사실상 자당의 위성정당에 불과한 비례정당 창당 과정에서 보여준 국회의원 당적 이동이나 의원 빌려주기 행태, 비례대표 후보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잡음 등은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소를 더욱 부채질했다. 지난 20일 발표된 한국갤럽연구소 여론조사 결과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60%에 그쳤고, 비례정당 투표 의향을 묻는 조사에서 부동층은 26%에 달했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비례정당들 이름조차 생소한 유권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선거법 개정이나 낙천·낙선운동 등을 통해 구태의연한 선거판을 바꾸려는 운동이 유권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끌어모은 것을 떠올리면, 지금의 '조용한' 선거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정도이다. 유권자들의 투표 결과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제도, 그나마 조금 나아진 선거법을 되레 악용하는 거대 정당들의 횡포 등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무관심이나 안일한 생각을 허용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낳은 경제 위기 해법이 선거 쟁점으로 부상하는 만큼 유권자들이나 정치권의 마음 먹기에 따라 이번 선거는 정책이 봄꽃처럼 피어나는 축제로 만들 수 있다. 만 18세도 처음으로 유권자가 되었다. 총선이 '깜깜이' 선거로 전락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정당과 후보자들은 정책 경쟁을 통해 유권자 선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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