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시행…교통환경 개선을
도로 체계도 보행자 중심으로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계속 연기되고 있지만 아이들의 개학과 맞물려 있는 봄은 어린이 교통사고가 가장 많은 계절이기도 하다. 지난 25일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및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관련법이 운전자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됨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 내 운전자 부주의로 말미암은 사고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운전자 주의만 강요해서는 안전을 완벽하게 확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어떤 대비책이 필요할까?

우선 이른 시일 내에 어린이보호구역을 포함한 경남의 초·중·고 주변 통학로를 전수조사하고 교통사고 우려가 큰 곳을 파악해 안전시설을 보강해야 한다. 지속적인 실태조사로 사고 사례를 다각도로 분석하여 교통사고 위험지역 감소를 위한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피드백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 아울러 어린이 보행 패턴이나, 차량 운행 빈도, 신호와 교통 체계 등 보행에 영향을 주는 요소 전반에 관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사고를 감소하려면 운전자의 부주의를 감시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법을 지킬 수 있는 교통 환경 조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경상남도의회에서 발간한 정책프리즘(Vol.5)에서는 '어린이 승하차 구역'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등·하교 시간 어린이 통학 차량에 한해 일시 정차할 수 있게 학교 주변 일정 구간을 지정·운영하는 것이다. 승하차 구역이 지정되면 어린이 통학 차량의 불법 주정차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도로 혼잡과 사각지대에서의 예상치 못한 사고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다. 이미 경기도 68개소와 제주도 8개소에서 하고 있으며,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도로 역할이 보행자에서 차량 중심으로 변화한 것은 자동차 이용이 증가한 시대 변화에 맞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하지만, 변화 방향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검토는 지금까지 없었다. 얻는 것과 잃는 것에 대한 분석이나 검토 없이 속도의 편리함에 기대어 현실을 외면해왔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교통안전법에서 보행자 의무를 '육상교통에 위험과 피해를 주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법령에도 도로의 주체는 보행자가 아니라 차량이다.

어린이들이 안전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명제이다. 통학로는 어린이들이 거의 매일 이용하는 공간이므로 이곳에서만큼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교통사고의 심각성을 간과한 채 도로를 차량 위주로 운용함에 따라 그동안 학교 주변에서 수많은 어린이가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안전 개선은 어린이 교통안전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 어린이들에게 안전한 도로라면 누구에게나 안전할 수 있다. 이제라도 도로 운행을 보행자 중심으로 재정립하고 통학로를 포함한 모든 도로에 대한 안전의식을 바꿔야 한다. 우리 모두의 의식에 보행자 중심 사고가 우선되면, 그것이 사회 전체 안전을 담보하는 실마리로 작용할 것이다. 나아가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안전만이 아니라 도로에서의 교통질서와 건전한 시민의식을 배울 것이다.

아이들을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한발 더 나아가 고민해보자. 어린이는 우리가 보호해야 할 존재인 동시에 우리 미래를 책임질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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