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구멍 노려 이익 취하는 유저 처벌
선거 엉망 만든 꼼수 위성당 철퇴내려야

다중이 접속해서 하는 온라인 게임에서 게임 버그를 이용해 이익을 편취하고, 그 사실이 발각되면 최소한 게임 계정이 삭제된다. 더 심하면 게임회사에서 해당 유저에게 업무방해로 민·형사 소송을 걸 수도 있다. 게임에서 계정 삭제는 매우 큰 징벌이다. 그동안 들였던 시간과 노력, 돈까지도 깡그리 날아가는 일이다.

어느 게임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게임 연맹끼리 전투를 벌이고, 승리하면 패배한 연맹에서 보상금을 빼앗아 나눠 가졌다. 그런데, 누군가 게임 버그를 발견했다. 승리한 연맹원이 한 명이면 그 한 명에게 모든 보상이 주어지는데, 연맹에 한 명만 남겨두고 모두 탈퇴한 뒤, 보상 시점 직전에 다시 연맹에 가입하면, 전체 보상금이 나누어지지 않고 모든 연맹원에게 돌아가는 버그였다.

좀 쉽게 예를 들어 말하면 이렇다. 100명의 회원이 있는 연맹이 승리하면 100만 보상금을 얻는다고 치자. 그러면, 평균적으로 한 명당 1만 보상금을 받게 된다. 그런데, 승리 이후 99명의 회원이 연맹을 탈퇴하게 되면, 남은 한 명이 100만 보상금을 독차지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 것을 포기하고 한 사람한테 몰아줄 수도 있는 거다.

그런데, 보상 직전에 탈퇴했던 99명의 회원이 다시 연맹에 가입하면, 게임 프로그램은 연맹원 한 명당 100만 보상금을 주기로 정했고, 100명 모두에게 100만 보상금을 주는 거다. 버그였던 거다.

이 버그를 이용해 연맹원들이 순식간에 자원을 모아 눈부신 속도로 성장하게 됐다. 심지어, 연맹끼리 전투를 벌여서 매번 승리를 보장할 수 없으니까, 친한 연맹과 서로 짜고 번갈아 가며 승패를 조작하고, 버그를 이용해 자원을 모았다. 주변에 있던 다른 게임 유저들이 너무 빠르게 연맹원들이 성장하는 걸 보고 수상히 여겨 신고했고, 그 연맹원들은 게임회사에서 가담도에 따라 계정 정지, 계정 삭제, 영구 계정 삭제 등 강력한 처벌을 내렸다.

게임에서도 일어나면 안 될 일이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패스트 트랙으로 개정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버그를 이용해 꼼수 위성정당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버그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만을 내게 되면 정당 득표에 따른 비례 후보보다 더 많은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는 거다. 지역구 선거는 승자독식이다 보니 지역구 당선이 힘든 소수 정당에 원내 진출 기회를 넓히려는 취지다. 그런데, 제1야당이 비례후보만을 내는 위성정당을 만들어버렸다. 이미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상상은 했으나,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냐 싶었던 일을 당시 자유한국당이 저질러버린 거다. 당 이름까지 서로 유사하게 바꾸고, 불출마나 공천 탈락한 의원들을 꿔주면서 꼼수를 부렸다. 여당을 비롯해 선거제도 개혁에 앞장섰던 정의당은 맹비난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싶었다. 자유한국당, 지금의 미래통합당은 원래 그런 당이었다. 그런데, 여당까지 위성정당을 만들어버렸다. 선거에서 지면 안 된다는 명분이었다. 심지어 선거에서 제1당의 위치를 내주면 대통령이 탄핵당할 수 있다는 위협까지 서슴없이 했다. 비유하자면, 반에서 2등 하는 애가 커닝을 모의하자, 1등 하는 애가 등수를 유지하겠다고 같이 커닝을 준비하는 거다.

여당까지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선거판은 말 그대도 개판이 됐다. 제도의 '버그'를 이용해 꼼수를 부린 위성정당, '선거 게임'의 계정을 삭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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