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규모의 정책이 초당적 지지로 결정되면서 시장은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가장 단시간 내 베어 마켓(고점 대비 20% 하락)에 진입한 미국 증시는 이제 불 마켓(저점 대비 20% 상승) 진입을 목전에 둔 상태다. 국내 역시 1500선 하회 이후 4거래일 만에 1700선 수복을 이뤄냈다.

코로나19로 파급된 경기 침체 우려가 그간 시장의 주된 하락 요인이었지만, 그 속도를 채근한 것은 정책 무용론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당국의 대응방안 발표에도 시장이 하락으로 반응한 '그 현상'이 연속된 패닉 셀링(공황 매도)을 야기한 것이다. 이번 미국 정부의 부양책은 정책과 시장 반응의 선순환을 이끌어 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무제한 양적 완화와 다양한 기업 신용지원 방안도 유의미한 진정제로 역할을 했다. 셧 다운으로 초래되는 경기 후퇴는 재정과 통화정책 지원 아래 최소화될 수 있다는 희망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필요하면 추가적인 정책이 더 나올 수 있다는 기대 또한 시장 하방을 지지하는 요소가 된다. 이러한 긍정적 기대 형성을 유도한 것이 정책 당국의 가장 큰 성과이다.

다만 시장의 연속 상승을 예단하는 것은 분명히 이른 시점일 것이다. 앞으로 마주하게 될 실물 경제지표의 침체와 기업 실적 하향을 고려한다면, 증시의 앞으로 경로에는 주기적 멈춤이 나타날 소지가 다분하다.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급증은 미증유(未曾有)의 실업률 상승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 대국민 현금 지급으로 실업 증가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이것의 선방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상존한다. 정부 당국이 가까스로 살려놓은 긍정적 기대 형성이 예상치 못한 지표 부진에 흔들릴 여지가 있는 것이다.

더불어 주요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의지에도 투기등급 채권 스프레드를 비롯한 기업 신용관련 지표는 여전히 불안한 수위를 유지 중이다. Fed의 대규모 양적 완화로 국채 시장의 변동성은 낮아졌지만, 그 파급 효과가 아직 민간 기업의 신용 부문까지는 확산되지 못한 형국이다.

실제 Fed의 기업어음(CP) 매입 등의 절차가 4월 이후부터 진행됨을 고려한다면 시차 문제는 당분간 지속할 공산이 크다. 이와 함께 역외 달러 조달 환경이 여전히 난해하다는 점도 미국 외 지역의 유동성 여건 개선을 가로막는 요소가 된다. 국내 증시에 대한 지속적인 외국인 매도 역시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개인 투자자의 적극적인 가담으로 국내 증시는 탄력적인 반등을 지난 수일간 연출하고 있다. 실질 고객 예탁금이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는 사실은 외부 자금 유입이 현저히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개인 투자자의 신규자금 유입은 지수의 하방을 지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증시의 안정적 상승 흐름을 담보하려면 글로벌 위험 선호 회복이 선결돼야 하며, 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 증가로 확인돼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현 국내증시 레벨은 매력적인 가격 구간임이 분명하나, 여전히 매수는 철저히 분할 관점으로 대응해야 함이 옳을 것이다. 이후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 진입을 예상한다면 선취매는 대형주 중심의 접근이 유효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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