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불확실성 커 규모 축소·일정 미정…절차 중단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남에서도 채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 불확실성을 느낀 도내 주요 기업이 채용을 미루거나 취소한 것으로 나타나 구직자들에겐 타격이 우려된다.

예년 같으면 상반기 채용 시장이 활기를 띨 시기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대부분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상반기 채용 일정을 잡지 않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가뜩이나 좁은 채용 문이 더욱 좁아진 셈이다.

통상 3월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하는 LG전자는 채용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경력직 채용은 진행 중이다. 영업·연구개발(R&D) 직종 경력직 채용은 화상면접을 도입해 불필요한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채용을 화상면접을 도입해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실적 부진으로 긴축 경영에 들어간 두산중공업은 아예 공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

45세 이상 직원 2600여 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신청받고, 일부 휴업까지 검토하는 상황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여력이 없는 탓이다.

한화디펜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속한 한화그룹은 올해부터 공채 모집 대신 계열사별로 상시 채용하는 방식으로 채용 방식을 변경했다.

한화 관계자는 "사별로 수요 발생 시 채용을 진행하는데, 코로나19 이전부터 창원에 있는 사업장은 아직 수요가 발생하지 않아 3월까지는 채용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해마다 3월 채용 공고를 냈던 현대위아도 사실상 상반기 채용 일정을 올스톱했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신규 인력 채용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채용 공고 내는 것을 보류하고 있다. 사태 추이를 보고 진행할 예정이고, 아직 일정이나 진행 방식이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현대로템도 당장은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현장 자연발생분은 충원하고 있지만, 대규모 채용계획은 당장 없다"면서 "관련 부서에서 하반기 충원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관심이 강조되면서 진행 중이던 채용 절차를 중단한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3일 필기전형을 치른 농협은행은 면접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번 상반기 채용을 통해 농협은행은 경남 18명을 포함해 신규 직원 280명을 채용할 예정이었다.

이달 중 면접을 진행해야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농협은행 경남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면접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현재 면접 일정은 미정"이라며 "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채용 시기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견·중소기업도 예년보다 채용 규모를 대폭 줄여 구직자들에게는 '최악의 취업시즌'이 될 전망이다.

창원상공회의소가 창원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한 기업의 44.9%가 신규채용 규모를 계획보다 줄이겠다고 답했다.

창원상의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산업의 부정적 영향과 더불어 투자심리 위축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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