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공 양산·김해센터 가보니
경영안정자금 신청자 북새통
직원들 식사시간 아끼며 '사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역 센터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벽부터 줄을 서야 하는 것은 창원, 김해, 양산 모두 마찬가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양산센터 역시 지난 27일 오전 9시 업무 시작과 동시에 북새통을 이뤘다. 양산비즈니스센터 4층에 있는 센터는 오전 8시 30분 1층 건물 주출입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선 소상공인에게 직원이 번호표를 나눠주고 예상 상담시간을 알려줬지만 문이 열리자 상담실 밖 복도와 따로 마련한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서성이는 소상공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공단은 신청이 급증하자 인력을 보강했으나 여전히 손이 모자라 직접대출은 이날부터 온라인 사전예약제를 도입했다. 다행히 미처 예약하지 못한 소상공인도 이날 현장상담을 받을 수 있었지만 30일부터는 사전예약을 해야 직접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전국적으로 자금 신청이 급증하면서 이날부터 기존 대출 역시 한도를 2000만 원으로 낮춰 확인서를 발급하고 있다.

양산시 북정동에서 버스판매영업을 하는 한 50대 남성은 "직접대출 신청을 하려고 찾았는데 사전예약을 해야 하는 줄 몰랐다"며 "다행히 오늘은 현장상담을 할 수 있다고 해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다니던 버스판매회사를 그만두고 개인사업자로 하던 일을 이어왔다. 새 출발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로 영업 자체가 어려워지자 직접대출을 받아 학원 통학, 회사 출퇴근용 버스 운행을 할 수 있도록 자금을 활용할 예정이다.

요식업을 하는 ㄱ(49) 씨는 최대 7000만 원 대출자금을 신청하려고 센터를 찾았다. 오전 7시께 센터를 찾은 ㄱ 씨가 입구에서 받아든 번호표는 '28번'. 오전 9시 30분께 상담을 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고 다시 센터를 찾았지만 10시가 지나도록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 27일 오전 9시 소상공인진흥공단 양산센터 업무 시작과 함께 번호표를 받아든 소상공인이 상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현희 기자
▲ 27일 오전 9시 소상공인진흥공단 양산센터 업무 시작과 함께 번호표를 받아든 소상공인이 상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현희 기자

◇표정에 묻어난 비장함 = 한눈에 보기에도 앳된 얼굴을 한 여성은 학원 관련 매출 서류를 들고 마스크 너머 초조한 얼굴로 앉지도 못한 채 서성이고 있었고, 부부가 함께 기도하듯 고개를 숙이고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은 수많은 이들이 오가는 중에도 숨소리조차 쉽게 내뱉지 못할 정도로 비장함마저 묻어났다.

지난달 13일 코로나19 경영안정자금 지원 업무를 시작한 양산센터 역시 숨돌릴 틈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초기만 하더라도 하루 30여 명 수준이었지만 2주 전부터 폭발적으로 신청·상담 건수가 늘면서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공단 본부와 시로부터 인력을 지원 받아 보강했지만 줄을 잇는 신청자로 식사시간도 아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양산센터는 기존 직원 외에도 본부에서 파견한 3명, 시가 지원한 2명 등 모두 8명이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5명이 돌아가며 상담·확인서 발급 업무를 맡아 하루 200여 건 처리하고 있다. 대기가 길어지는 것을 막고자 번호표를 나눠주고 예상시간을 알려주지만 오전 10시를 넘기자 이미 하루 상담인원을 넘어 번호표 발급을 중단했다. 한발 늦게 센터를 찾은 소상공인에게 몇 번이고 상황을 설명하고 돌려보내는 일 역시 이제 일상이다.

다행히 상담이 이뤄졌지만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소상공인 뒷모습을 볼 때면 직원들의 마음은 무겁다. 게다가 25일 시작한 직접대출은 이틀 만에 70여 건을 접수하고도 현장에서 바로 심사를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하루 200여 명에게 번호표를 나눠주면 실제 업무는 오후 9시를 넘겨야 끝나는 상황"이라며 "업무량이 늘어 일주일 사이 몸무게가 5㎏이나 빠진 직원이 있을 정도지만 소상공인 어려움을 돕고자 최대한 많은 상담과 확인서 발급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센터 상황 = 같은 날 김해시청 아래 김해상공회의소 1층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김해센터 역시 소상공인들이 정부자금지원확인서를 발급받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인파로 북적댔다.

김병부(62) 씨는 "지난 23일 센터를 방문했으나 대출 희망자들이 너무 많아 미리 예약을 한 후 오늘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총 대출금 (7000만 원) 중 개인 한도 대출금은 2000만 원까지만 가능하다고 해 관련서류를 접수했다"고 말했다.

서상동에서 스포츠의류매장을 운영 중인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장에는 아예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져 생계에 타격이 심해 대출을 받고자 했는데 이 대출금으로 가게 운영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해시 서상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남모(58) 씨는 "코로나19 발병 이후부터 횟집에는 아예 단체손님 예약 건이 전무해 매출이 평소에 비해 무려 5분의 1이나 줄었다. 그래도 가게는 운영해야 해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고자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해센터에서 이날 접수된 대리대출 총 확인서 발급건수는 2136건(하루 평균 100건), 직접 대출 접수 건수는 32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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