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선생의 섬마을 콘서트
힘들고 지칠 때마다 보는 영상
"고요한 바다·연주 보며 치유"

박준우(28) 작가는 3월 개인전을 열 예정이었다. 정성 들여 작품을 준비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전시가 연기된 상황이다.

안갯속 같은 시간을 보내는 박 작가는 예술로부터 힘을 얻고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선생이 통영 사량도에서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8번 다단조 Op.13 비창'이다.

"비창을 들으면 왠지 위로가 된다. 평소에도 작업을 하거나 지칠 때 종종 듣곤 한다. 베토벤도 청력을 잃기 시작한 시기 쓴 곡이고, 백건우 선생도 아내 윤정희 씨를 간호하느라 힘든 시기에 한 연주다. 힘을 내자고 억지로 신나는 노래를 들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고요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연주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치유가 된다."

박준우 작가가 추천한 영상은 '2013년 섬마을 콘서트' 영상이다. 백건우 선생이 바다를 뒤로한 채 노란 조명 아래서 펼친 연주에서는 절제된 힘이 느껴진다. 그래서 더욱 슬프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비창(Pathetique)'은 베토벤 3대 소나타 중 하나로 베토벤이 보여주고 싶은 연주기교와 작품성이 완벽하게 드러나는 곡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통영 사량도에서 열린 백건우 선생의 '2013 섬마을 콘서트'. /캡처
▲ 통영 사량도에서 열린 백건우 선생의 '2013 섬마을 콘서트'. /캡처

세 악장으로 구성된 비창의 1악장은 매우 정열적이고 비극적이지만 2악장은 기도를 하는 듯 서정적인 주제로 잔잔한 마음의 풍경을 그리게 한다. 3악장은 다소 무거운 1악장과는 대조적으로 아름답고도 애잔한 분위기를 낸다.

특히 2악장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베토벤이 산책을 즐겼는데, 어느 날 슬픈 울음소리가 들렸다. 울음이 들리는 집을 찾아갔더니 그 집 아이가 병으로 죽어있었다. 아이를 잃고 슬픔에 빠진 어머니를 위로하고 싶었던 베토벤은 옆에 있던 피아노를 즉흥적으로 연주했다. 연주를 마친 그는 아이의 어머니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 곡이 비창 소나타 작품 13번 2악장이다.

백건우 선생은 지난 2014년 제주도에서 열린 세월호 사고 100일 희생자 추모 공연 '백건우의 영혼을 위한 소나타'에서도 이 곡을 연주했다. 공연 장소는 사고가 없었다면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제주도에 설레는 첫발을 디뎠을 그곳이다.

백 선생은 공연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파리에서 부다페스트 공연을 준비하고 있을 때 참사가 일어났다. 처음 뉴스를 들었을 때 너무 화가 났다"며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한국에 와서 나름대로 특별한 프로그램을 짜서 소리로나마 위로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7년 전 영상이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누리꾼이 위로를 받고 있다. 해당 영상 아래에는 "언제 들어도 정말 좋은 피아노곡입니다", "오늘도 귀한 음악 감상하며 피폐한 몸과 마음을 위로받습니다", "지칠 때마다 위로가 돼주셔서 고맙습니다", "매일 들어도 아름다운 연주"라는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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